"도대체 알약 10개들이 한판 넣어주는 것하고, 두 판 넣어 포장해 주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그런데 약국이 가져가는 조제료는 두 배 많아요."
서울시내 한 개원의사는 기자에게 약국 조제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 같이 항변했다.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약국 조제료가 환자의 방문건수에 따라 책정되지 않고, 조제일수별로 책정돼 가뜩이나 어려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약국에 지급하는 조제관련 급여 항목은 총 5개.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등 3개 항목은 방문횟수에 따라 지급되지만, 조제료와 의약품관리료는 조제일수별로 지급된다. 즉 3일치 약품을 처방받고 약국을 찾았다면 약국이 받는 조제료는 1,741원이지만, 7일치 분량을 처방 받았다면 2,665원이다. 조제일수별로 금액이 늘어나, 15일치는 조제료가 4,578원이다. 의약품 관리료도 1일치 조제에 490원, 3일치 600원식이다. 이렇다 보니, 약값보다 전체 조제관련 급여총액이 더 비싼 경우가 발생한다. 대한의사협회는 "갑상선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씬지로이드 1개월치를 처방하면 약값은 390원인데 약사들의 1개월치 조제행위료는 9,380원이다"고 비판하고 있다. 2009년 총 약제비는 11조7,000억원(건보 지출의 29.6%)이었고, 이중 약값이 아닌 약국의 조제관련 급여비용은 총 2조6,000억원이다. 조제료가 1조3,217억원, 의약품관리료가 4,349억원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의료계의 문제제기는 의사, 약사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약사들은 의협이 가장 저렴한 약을 표본으로 삼아 조제료 문제를 왜곡하고 있으며, 오히려 병의원의 관리료와 진료비 문제가 심각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인춘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지난 2월 열린 건강보험공단 주최 토론회에서 "의료계가 보험재정 위기의 원인으로 조제료를 지목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문제를 타직능(약사)으로 전가해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약국 급여 책정 기준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달 말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에 올릴 예정이다. 일단 조제료보다 덩치가 작은 의약품 관리료를 방문횟수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품 관리는 조제일수와는 큰 상관이 없다고 판단해 기준변경을 논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제료 자체에 대한 기준 변경은 논의되지 않고 있지만, 조제일수를 지나치게 세분화하고 있는 것은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15일치까지는 매일 조제료가 높아졌다가 16일부터 30일치까지는 5일 단위, 그 이상은 10일 단위로 조제료가 올라가는데 기간을 보다 넓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에 약사단체들은 복지부와 국회를 방문해 입장을 설명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어, 조제료 조정이 얼마나 이루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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