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수술을 3,000건 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수술 성공률이 96%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교수는 1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간이식 수술 시작 20년 만에 3,000건을 달성한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우리나라보다 간이식 수술을 먼저 시작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평균 성공률은 85% 정도다. 특히 세계 최고 의료기관이라는 피츠버그대 병원과 스탠퍼드대 병원의 간이식 성공률이 92%다.
장기이식은 첨단의학의 결정체이고, 현대 의학의 꽃으로 불린다. 하지만 국내 의료진의 우수한 장기이식 실력에 비해 국내 장기이식 환경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이 교수는 "최근 장기기증에 관심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식 대기자에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이 교수팀이 생각해 낸 것이 뇌사자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간이식이다. 이 교수는 "1994년 국내 처음으로 생체간이식 성공, 1999년 세계 최초 변형 우엽 간이식 수술법(간의 오른쪽 부분을 이식하는 방법) 개발, 2000년 세계 최초로 2대 1 간이식 수술 성공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어 대한민국이 간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게 됐다. 이 교수는 "장기이식의 고난도 영역인 생체간이식에서 2,570건, 2대1 간이식에서 306건을 기록해 각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술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며 "특히 불가능해 보이던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은 현재 성인에게서만 국내 최대인 56건을 기록해 일반화의 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간이식팀은 수술 3,000건을 달성하면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연 300건 이상의 간이식 수술과, 지난 해 세계 간이식센터 중 가장 많은 연 367건의 수술 기록도 함께 세웠다. 이 교수는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한 수많은 해외 의료진이 우리 간이식팀을 방문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106개 병원에서 매년 100명이 넘는 의료진이 연수하러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온 팀원들의 도전과 열정으로 3,000건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96% 성공률에 안주하지 않고 잃어버린 4%의 환자를 생각하며 더 많은 생명을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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