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PD들 개편 앞두고 '김미화 구하기'
'김미화라는 사람을 지키려는 게 아니다. 정치적 외압에 맞서 MBC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을 지키려는 것이다.' MBC 라디오 평PD협의회가 자못 비장한 투쟁 모드에 돌입했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월~금 오후 6~8시)의 진행자 김미화씨 교체를 막기 위해서다. 이들은 11일부터 '밀실개편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는 한편, 13일엔 '도대체 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김씨의 경쟁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간 교체설이 심심찮게 들렸지만, 지난 5일 MBC 라디오편성기획부장이 김씨에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며 사실상 교체 방침을 전한 게 알려지면서 PD들이 들고 일어났다. 15일 라디오 개편안 확정 회의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김미화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진행자 교체는 일상적인 일이고 김씨 또한 영원히 자리를 지킬 수는 없다. 다만 PD들이 집단 반발하는 것은 석연찮은 교체 명분 때문이다. 김씨는 2003년 10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맡아 벌써 8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시작 당시 코미디언 출신인 김씨가 시사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치열하게 공부하고 노력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본 시사라는 참신한 접근과 차분한 진행은 호평을 받았고,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명실상부 MBC 라디오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출발부터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놓치지 않은 것은 물론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들 가운데 청취율 6,7위의 훌륭한 성적을 자랑한다. 광고 판매실적도 월등하다. MBC 표준FM에서 광고판매율 100%가 넘는 프로그램은 단 두 개,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이 프로그램이다. MBC는 아이러니하게도 밀어줘도 모자랄 효자 프로그램을 제 손으로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우용 MBC 라디오본부장은 최근 김씨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KBS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라는데, 11월 KBS가 김씨를 상대로 낸 소송을 취하하며 마무리된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는 게 옹색하다. 라디오본부 평PD협의회와 노동조합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현 정권에 눈엣가시로 찍힌 김씨를 어떻게든 끌어내리기 위한 핑계라며 한심스럽다고 혹평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탄압받는 연예인의 대표 격이 된 김미화씨는 개편 때마다 자리를 위협받아 왔다.
세간의 예상대로 김미화씨가 '아웃' 된다면 청취자들의 반발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미화 같은 진행자 한 둘쯤 남겨놓는 것이 온갖 잡음에 시달려온 MBC의 이미지 관리에도 좋지 않을까. 방송사들의 정권 눈치보기가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시기에 과연 MBC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지켜볼 일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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