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삼부토건이 하루 만에 철회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도 모르게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대해 비판여론이 거세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분위기다. 원래 법정관리는 기업들이 생사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 하지만 이젠 부실의 '꼬리자르기'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채권금융회사들로 구성된 대주단과 삼부토건은 법정관리 철회 여부를 두고 협상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개시여부가 결정되는 16일 이전에 협상이 타결된다면 법정관리 신청 철회가 가능하다.
대주단 고위 관계자는 "회사 정상화 방안을 두고 삼부토건 측과 긍정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법정관리라는 극단적 상황까지는 치닫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채권단이 후속 조치를 상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법원 최종 결정 전에 좋은 답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양측이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은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4,270억원의 만기 연장 조건. 대주단 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담보 요구에 대해 삼부토건 측은 르네상스호텔(자산가치 1조원)을 맡길 의향이 있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공동 시공사인 동양건설사업의 대출까지 연대보증하라는 대주단의 요구가 너무 무리했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것"이라며 "동양 측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담보를 제공한다면 우리도 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3일 내에 양측이 타협점을 찾아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업이 채권단과 상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도 이례적이고, 신청한 법정관리를 거둬들이는 것 역시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러다 보니 법정관리가 너무 가볍게 여겨지고, 지나치게 남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2월 월드건설, 3월 LIG건설에 이어 이달 삼부토건까지 기업들의 법정관리 행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 특히 삼부토건은 대주단과의 협의가 여의치 않자 법정관리 신청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은행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거라는 점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엔 굳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해도 밑질 것 없다는 계산도 깔려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2006년 통합도산법 도입 이후에는 90%이상 기존 경영진이 유지되고 있고, 수년씩 걸리던 기업회생기간도 6개월 만에 졸업이 가능하도록 대폭 앞당겨졌다. 특히 부실기업 입장에서는 자산매각 같은 특단의 자구책을 요구하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기업을 회생을 적극 지원하는 법정관리 제도가 자칫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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