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낯설었을 나라의 전장에서 숨진 한 미군 장병의 유해가 제 이름을 찾기까진 딱 60년이 걸렸다.
12일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ㆍ실종자사무국(DPMO)에 따르면 1991~94년 북한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미군 유해들에 대한 유전자(DNA)검사와 치아감식 결과, 이 중 1구의 유해가 뉴저지주 출신의 존 W 러츠 육군 상병으로 확인됐다.
러츠 상병은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1년 5월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등으로 구성된 지브라 기동부대에 소속돼 강원도 홍천강 계곡에서 중공군과 전투를 벌이던 중 실종됐다. 중공군은 당시 연합군이 서울 사수를 위해 중서부 전선에 집중 배치되자, 허를 찔러 주로 국군이 지키던 중동부 전선으로 밀고 내려왔다. 지브라 기동부대는 수세에 몰린 국군을 도와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 냈다. DPMO는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유해의 발굴 장소가 러츠 상병이 실종된 곳과 일치하는 데에 착안, 생존 병사 등을 상대로 확인작업을 벌인 뒤 정밀과학조사를 통해 러츠 상병임을 최종 확인했다. 동료들은 러츠 상병이 북한군에 생포돼 1951년 7월 영양 실조로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미 국방부는 13일 러츠 상병의 유해를 최고의 예우를 갖춰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키로 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전 당시 2,000명 이상이 포로로 잡힌 것을 포함, 모두 8,001명의 미군 병사가 실종됐다. 북한과 미국은 1996년부터 미군유해 공동발굴작업 등을 벌여 2005년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모두 220여구의 유해를 발굴한 바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미군 실종자 및 유해를 찾기 위해 연간 1억4,000만달러를 쓰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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