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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극성시대'… 기업들 '은밀한 합의'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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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극성시대'… 기업들 '은밀한 합의' 만연

입력
2011.04.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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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5%가 소비자 피해공정위 적발 매년 증가2009년엔 60건 넘어외국서 과징금 낭패도

담합은 시장 참가자가 서로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사업자와 가격 등을 이면 합의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들로서는 은밀한 합의로 눈 한번 질끈 감고 마진을 몇 배나 늘릴 수 있는 방법이기에 담합의 유혹은 언제나 달콤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유 경쟁을 통해 효용성과 소비자후생을 극대화하는 시장경제 원리에 전적으로 반하는 선택이다. "담합이야말로 시장경제의 가장 큰 적"이란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특히 담합이 가장 나쁜 점은 높게 유지되는 가격 때문에 소비자에게 직접적 손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특정산업에 담합이 존재할 경우 총 매출액의 10~15% 정도의 소비자 피해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담합은 결국 스스로의 경쟁력을 해치는 부메랑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업으로서는 기술과 상품을 개발할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기술혁신이 줄어 잠재 생산능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황 고려대 교수도 "규모의 경제 실현 등 독점의 좋은 점은 하나도 구현하지 못하고, 가격인상이나 기술침체 등 나쁜 점만 가져오고 있다"고 문제점을 강조했다.

왜 줄지 않나

공정위의 계속된 조사에도 불구, 최근 몇 년 간 부당공동행위(담합)의 적발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연간 40건대를 유지하던 담합 시정 실적(경고 이상)은 2003년 23건으로 줄었으나, 2005년 46건을 기록한데 이어 2009년에는 63건으로 늘었다.

당국의 규제에도 담합이 계속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주의 역사가 길지 못하다 보니 정당한 경쟁을 위한 사회적 풍토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 점을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한국같은 동양 문화권에서는 담합과 협조ㆍ협력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카르텔 친화적 특성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때 1960~70년대 개발시대에는 추격성장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중화학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카르텔을 조장한 역사도 있다.

실제 만연한 풍토에 비해 당국에 적발되는 비율이 극히 적고, 진입장벽이 높은 독과점 산업이 많다 보니, 담합 제의에 휩쓸리기 쉽다는 분석도 있다.

밖에서 새는 바가지

이처럼 국내 산업계에 전반적으로 담합이 만연해 있다 보니,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천문학적 과징금을 얻어맞으며 낭패를 당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기업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에서 부과받은 과징금 총액은 약 2조 3,000억원. 최근 대외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기업을 견제하는데 우리의 카르텔 관행이 좋은 빌미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영섭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는 격"이라 평하며 "한국에서는 카르텔을 사업하다가 생길 수 있는 작은 실수로 인식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를 중요한 범죄행위로 간주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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