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은선의 진실함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는 '14좌 완등 레이스'에서 가장 솔직한 경쟁자였다. 그녀는 자신의 야심에 충실했고 승자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솔직함이 있는 곳엔 음모도 끼어들기 마련이다. 오은선이 굳고 확실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그녀는 명예살인의 희생자가 되고 말 것이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를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67ㆍ이탈리아)가 여성산악인들을 다룬 신간 (문학세계사 간)에서 14좌 완등 논란이 있는 오은선(45)씨를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메스너는 "여성 최초 14좌 완등을 위한 그녀의 레이스를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태도는 공정치 못한 모략이다. 유럽 언론이 유럽 출신 경쟁자의 명성을 위해 비방을 일삼는 것은 대중의 입맛에 영합하는 싸구려 포퓰리즘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란의 중심이 됐던 칸첸중가(해발 8,586m) 등정에 관해 "오은선이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은 극히 일반적인 라이벌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며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려면 누가 봐도 분명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면 그 자리를 놓친 사람들의 공격이 있게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은선은 산소통을 사용하고, 셰르파와 산악인들이 캠프를 설치해 주었으며, 한 번은 베이스캠프 사이를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했다는 사실을 숨긴 적이 없다. 그러나 그 솔직함 덕분에 그녀는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고 오 대장을 두둔했다.
메스너와 오씨는 지난해 5월 오씨가 안나푸르나를 등정한 직후 네팔 카트만두에서 처음 만났다. 메스너는 이 만남 직후 "오은선이 칸첸중가를 등정한 게 맞다"고 인정했고 "그는 남자보다 더 위대한 산악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책 출간 소식에 오씨는 "메스너와는 14좌 완등 직후와 작년 가을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산악정상회의(IMS)에서 두 번 만났을 뿐이다"며 "메스너가 나를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해 결국 목표를 이뤄낸 칭키즈 칸'으로 높게 평가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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