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큰 충격과 위기에 빠진 카이스트(KAIST)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교내에서는 물론 정치권, 시민단체들까지 학사운영에 불만을 쏟아내면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논란의 핵심은 차등등록금제와 이 제도를 도입한 서남표 총장이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삭막하고 비인간적인 무한경쟁시스템의 상징인 징벌적 등록금제도를 비판하면서 서 총장의 교육개혁까지 실패라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교수들 역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총장 퇴임을 간접 압박했고, 일부 정치권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학점에 미달하면 수업료를 내게 하는 차등등록금제가 학생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좌절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하다. 어제 국회에서 서 총장이 학생 자살과의 인과관계에 관계없이 폐지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는 모든 수업을 우리말로 하겠다고 선언한 한 교수의 말처럼 100% 영어 강의 역시 교수와 학생간의 인간적 접촉을 단절해 버린 측면이 있다. 아무리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 해도 학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영어강의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인성교육 부재,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소통 부족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비극과 위기의 책임을 총장 한 사람에게 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태의 본질을 지나치게 한 쪽으로만 몰고 가는 것이다. 이번 교수의 죽음은 총장의 개혁정책과 무관한 학자로서의 양심문제였다. 교육과학부의 2월 감사결과 학교 운영과 연구사업에서 크고 작은 탈법들이 한 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카이스트에 대한 변화와 개혁 요구가 자칫 학문의 경쟁력을 포기하고, 학생들에게 특권만을 보장하고, 교수들의 잘못된 관행까지 덮어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카이스트가 어떤 곳이며, 왜 엄청난 국고를 투자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섣부른 책임론과 감정적 희생양을 찾기보다는 냉정하게 인성과 학문을 함께 갖춘 경쟁력 있는 과학영재를 길러내는 개혁과 변화를 차분히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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