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모 레비(1919~87)
나,
갈릴레오는 인류 최초로 우주의 샛별이나
울퉁불퉁한 달나라와 토성의 띠까지 찾아냈지.
또 목성 주위를 돌아다니는 4개의 위성과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수가
늘 새로운 우주로 여행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지.
믿지 않겠지만 불길한 태양의 흑점들도 찾아냈네.
이 작은 32배율의 망원경도 오랜 연구 끝에
내가 갈고 닦은 솜씨로 직접 만든 거라네.
물론 렌즈도 새로 만들어 마치 대포를 조준하듯
날마다 천체를 뚫어지게 관측했지.
나는 태양이 내 눈을 태워 눈멀기 전에
우주의 무한한 내부를 꿰뚫어 본 사람이지만,
그 전엔 태양 대신 지구가 분명히 돌고 있는데도
돌지 않는다고 어쩔 수 없이 부인해야만 했네.
나를 이단으로 몰아 가택연금을 선고한 교황과
예수회 신부들은 지진이나 번개 같은 자연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는 멍청이들이었지.
수천의 가면을 쓴 그들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부드럽고 온유했지.
그들은 밤마다 내 영혼을 갉아먹은 맹수들이었네.
● 내가 어려서 학교에서 만난 가장 큰 충격은 나침반과 갈릴레오의 지동설이었다. 제망매가와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으며 감성적 충격을 받은 후에도 그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란 책을 보니 교황청에서 갈릴레이의 이론이 옳았다고 공인한 게 1992년의 일이어서 또 한 번 놀랐다.
방사능비가 내렸다. 생명체를 일깨우는 봄비 내리는 날, 생명체들은 하나같이 우울했다. 하늘에서 악마의 세례처럼 비가 내렸다. 동네 어부는 묵은 새우젓 두 드럼을 팔았는데 없어서 더 못 판다고 하며, 바다를 걱정 했다. 정부는, 편서풍 때문에 한반도에서는 방사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던 기존의 입장을 10여일 만에 바꿨다. 방사능 유언비어 유포 죄로 체포된 사람은 어찌 되었을까.
이 시를 쓴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작가다. 그는 ‘신성한 하늘의 군대는 괴물들의 난장판으로 변했고’ 라고 노래한 유태인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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