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49)씨가 그간 국내에서 한번도 펼친 적 없었던 바로크 레퍼토리로 콘서트 ‘조수미 &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을 펼친다. 협연할 고(古)음악 전문 연주단인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AAM)으로서는 10년 만의 내한이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한 지 25주년을 기념하는 뜻도 담긴 이번 무대에 앞서 이태리 로마에 있는 그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_고음악에의 관심은 언제부터.
“5yp부터 피아노를 배우면서 바흐곡을 죽어라고 많이 해 바로크라면 애증이 교차한다. 그러나 5년 전 작업한 앨범 ‘ Journey to Baroque’에서 내 음반 최초로 바흐곡을 녹음해 화해한 셈이다. 활동적이고 동작이 강한 나와, 절제를 강조하는 고음악은 그렇게 다시 만났다. 나와 정반대여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_어떻게 다시 친해졌나.
“AAM과 알게 된 것이 기화였다. 바쁘고 피곤한 현대에서 바로크 음악을 듣고 가만 있으면 최고다. 오아시스의 느낌을 넘어 명상까지 할 수 있다.”
_그런데 왜 바로크 음악의 최고봉인 바흐는 없나.
“분명 헨델이나 비발디보다 친하지 않다. 아직도 화해 못 했거나 체념하고 있다, 5년 전 녹음 중 바흐와 나의 연결점을 찾고, 좋아하는 커피(스타벅스)를 마시며 화해를 청했다. 2년쯤 후에는 바흐만으로 앨범 낼 계획이다. 바흐의 성악과 기악곡을 현대 감각의 클래식으로 재해석할 생각인데 지금 선곡과 편곡 작업 중이다.”
_ 고음악 조율법과 당신의 본래 목소리와는 약간의 음정 차이가 있지 않은가.
“원래 내 목소리의 질감이 정제되고 깨끗해 천상의 음악 같은 고음악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 결정적으로는 탁월한 연주자들이 모인 AAM의 생생한 연주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_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바로크 레퍼토리는.
“곡은 바흐의 ‘커피 칸타타’고, 작곡가로는 비발디다. 베니스에 갔을 때 비발디가 활동했던 성당에 찾아가 여러 시간을 보냈는데 그와 내적 교감이 자연스레 이뤄졌다. 악보만 보고 해석해야 하는 답답함을 극복한 계기였다.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작곡가가 펼쳐 놓은 세계를 일반에게 전하는 중간적 존재자로서의 막중함을 다시 느꼈다.”
_데뷔 당시와 현재의 차이점은.
“경험은 풍부해졌겠지만 여전히 설렌다. 타 장르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영화, TV 시리즈 주제가 등의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것은 가장 큰 차이다.”
_현대음악에 인색하지 않은가.
“스트라빈스키까지는 소화되는데 그 이후는 힘들다. 내년 파리의 샤틀레극장에서 현대 오페라 ‘Nixon in China’에 출연, 모택동의 부인 역을 맡는다. 나는 음악적으로 재미있게 산다. 요즘 진은숙의 작품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고 있다.”
_2007년 유니버설과 전속 계약을 했는데.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이다. 5개 솔로 음반을 내야 하는데, 9월께 첫 작품이 나온다. 1주일 전 체코 프라하에서 녹음을 마친 25주년 기념 음반이 그것이다. 바흐 등 개별 작곡가의 음반도 계획 중이다. 음반 작업은 영원한 기록이란 의미에서 중요하다. 지금까지 50여장을 냈는데 그 중 솔로는 20여장이다.”
_당신의 추구점은.
“감동이다. 공감은 거기서 비롯된다. 그를 위해 작은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의 옛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Mildred Tears’에서 5곡을 불렀는데 구글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소수를 위한 완벽한 소리에서 평범한 음악까지 소화하고 싶다. 누구나 들었을 때 가슴 찡한 음악이 이를테면 내 목표다.”
이번 연주회의 지휘는 바로크에서 현대 음악까지 무소불위의 역량을 펼치는 리차드 이가. 5월 6,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9일 더 라움, 10일 경남문화예술회관. (02)318_4301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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