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가에 정제된 선율을 얹어 부르는 가곡은 목소리와 실내악이 어울려 우화등선의 경지로 이끄는 정악이다. 엄격한 형식미를 지고의 가치로 삼는 가곡이지만 변화를 즐기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에 등재된 가곡에 새 노랫말이 얹힌다. “이 같은 작업은 가곡 분야에서는 제가 유일하죠. 가곡의 한정된 레퍼토리로가 많이 아쉬웠거든요.”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김영기(53)씨는 특별한 보완 작업을 계속해 온 셈이다.
현대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선조들의 글월을 가사로 얹는다. 우조 이수대엽 계면조 중거 등 가곡의 엄정한 형식에 ‘창오산’ ‘지족이면’ 등 유배 간 남편과 부인 사이에 오고 간 편지 글을 노랫말인양 부른다. ‘김영기 여창 가곡_새로운 노랫말’.
“요즘 사람들을 위해 자막, 수묵화 영상까지 곁들일 거에요.” 시서화가 어우러진 전통 풍류를 요즘식으로 재현하자는 의도다. 렉처 콘서트처럼 김씨가 이야기와 노래를 곁들일 수도 있다. 편지 낭송의 경우 붓글씨 영상을 곁들여 사실감을 더한다. 박민희 김희성씨 등 제자 두 명이 청아한 목소리로 낭송한다. 모두 가곡을 보다 일반에 가깝게 하려는 김씨의 의도다. “제가 연출자에요.”
1973년 김월하의 첫 제자로 그의 전수 장학생으로 들어가 96년 스승이 세상을 뜨기까지 그가 무릎 아래에서 확인한 것은 “10명이 들어와서 12명이 도망갈 만큼” 힘든 가곡의 세계였다. 한국정가악연구원장으로 이번에 장구 반주를 맡아 줄 박문규씨가 새삼 고맙고 소중한 까닭이다. “20대부터 봐 온 분이죠.” 이지영(가야금) 정대석(거문고)씨 등 현역 교수들이 연주를 맡아 준다. 14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 (010)8274_9713
소편성의 김씨 무대와는 정반대로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황병기)의 ‘어부사시사’는 130명의 연주자가 필요한 대규모 국악 칸타타다. 가곡이 최대치로 확장된 셈이다. 지난해 초연 당시 국악 주자 60명, 양악 주자 30명으로 펼친 대편성 합주단이 펼쳐 보인 무대가 보완된다.
이 무대에는 국악 현대화의 실질적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작곡가 임준희씨는 “16곡에서 2곡을 더 지었다”며 “태평소와 해금, 국악기와 양악기 등 본질적으로 음량이 다른 악기들의 균형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에 묻혀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는 여창 가곡 연희자 강권순씨만 마이크를 쓰기로 한 결정도 세월이 가르쳐 준 것이다. 강씨 또한 김월하의 제자로 김영기씨의 10년 후배다. 15일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_4115, 6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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