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8일부터 내달 6일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3국을 방문한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14일 "박 전 대표는 올해로 수교 50주년이 되는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를 방문해 3국 지도자에게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기대와 의지를 전달하고 양국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 아니발 카바코 실바 포르투갈 대통령,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 등 국가원수들을 예방하고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 파견을 놓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문제를 놓고 박 전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비판한 뒤 두 사람 사이엔 미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또 4ㆍ27 재보선 결과는 현정권의 임기 말 권력 누수 여부와 직결돼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재보선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거리를 두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2009년 8월에는 이 대통령 특사로 헝가리 등 유럽 3개국을 순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 특사를 맡은 데 대해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는 이유는 신공항 문제로 갈등을 보인 직후라는 시점이 미묘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도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가 그리 나쁘지 않은 관계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란 해석이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신공항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우호적 관계는 불변'이라는 점을 내보이려 했다는 시각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20일께 박 전 대표에게 특사를 제의했고, 박 전 대표가 청와대에 수용 의사를 전달한 것은 이달 초였다. 박 전 대표가 지난달 31일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방침을 비판한 뒤 며칠 만에 특사 제의를 수용한 것은 '유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이 대통령은 포용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고, 박 전 대표도 지금은 현정권과 각을 세울 때는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특사직이 전략적 제휴의 상징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과 연결하는 해석도 있다. 여권이 박 전 대표의 '간접적인 선거 지원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사이가 틀어진 게 아니더라'는 말들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 보수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박 전 대표가 특사로 출국하기 전 두 사람이 만난다면 '박근혜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특사 방문 이후라도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될 경우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의 만남'이라는 점만으로 정치적 파장이 클 것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핵심 의원은 "국내 정치와 국익을 위한 외교 활동은 별개라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원칙일 뿐 다른 정치적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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