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적 시선에서 보자면 외지거나 바깥이라 할 만한 곳에서 세상을 보는 두 시인이 오랜만에 신작 시집을 내놨다. 미얀마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전성호(60) 시인의 시집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와 30년 넘게 용접공으로 일하는 최종천(57) 시인의 시집 <고양이의 마술> 이 실천문학사에서 나왔다. 고양이의> 저녁>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는 전씨가 첫 시집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시집. 대기업 상사 주재원으로 폴란드 러시아 등 동유럽을 떠돌다 10년 전부터 미얀마에 머물고 있는 전씨는 대지를 가르는 강들에 빗대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흐르는 유목민의 정서를 담아낸다. "양곤강, 소리 없이 바라보면/언제나 그랬듯이 나는/뼈 없는 몸처럼 멀리 흘러간다"('양곤 엘레지' 중). 양곤강을 비롯해 이리와디강, 미얀마 전통 복장인 론지, 아침에 먹는 국수인 모힝가 등 이국적 풍경을 담아내는 시집은 후반부로 가면서 시인의 고향인 부산 좌천동 산동네 등 유년의 기억 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끄럽게 구획된 대도시에서는 유년의 단서를 발견할 수 없다. 그러나 미얀마에서는 유년의 경험이 살아 숨쉰다"는 시인의 말처럼 미얀마란 외진 곳은 제 삶의 원 뿌리를 불러내는 장소. 시인은 그곳에서 국가의 경계를 넘는 꿈을 꾼다. "국가 속에서 국가 없는 별들이 꾸는 꿈을/내가 이룰 수 없다면/먹이도 탁발도 없는 것/해 뜨면 무거운 숲,/그래도 아이들은 자꾸 태어나고/모힝가 한끼에도 새로운/빼예이유띠, 쉼 없이/걸음을 걸어야 한다."('미얀마, 두들기는 소리를 듣는 북' 중) 캄캄한> 저녁>
<고양이의 마술> 은 2002년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한 최종천씨가 4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시집이다. 일찌감치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스무 살 무렵부터 용접 일을 해 온 최씨는 노동자 시인답게 현실을 은폐하는 허위로서의 자본주의 문화에 망치를 든다. 그가 드는 망치는 그러나 망치는 것이 아니다."망치는 것이라고는 없는 망치를 쥐고/도저히 안 되는 일을 두들겨 패고 있다./망치를 얻어맞는 모든 일은 잘되어진다."('망치에게'중). 이를 통해 복원시키고자 하는 것은 자연의 원시성이다."사람의 새끼를 보면 한숨만 터지는데/고양이의 새끼를 보면 은근히 후회되는 것이다./사람인 나는 못하는, 시집 가고 장가 가고/돈 없이도 살 수 있는 고양이의 마술이다."('고양이의 마술' 중). 시집은 단도직입의 거침없는 언어로 노동시의 가능성을 탐색해 나간다. 고양이의>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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