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그룹과 LIG건설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기 한달 전에 ‘LIG건설의 기업어음(CP)에 투자해도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문건을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에 따르면 LIG그룹과 LIG건설은 올 2월 ‘LIG건설 현황에 대한 Q&A’라는 보고서를 배포, LIG건설 CP의 안전성을 홍보했다.
이 보고서에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올 3월 안으로 LIG그룹이 LIG건설의 최대주주인 TAS(59.16%)의 지분을 인수해야 하며, 이에 따라 LIG건설은 ㈜LIG의 자회사로 편입돼 지배구조가 명확해진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특히 LIG가 TAS 지분을 인수하는 근거로 ‘최근 한솔건설, 진흥기업의 워크아웃으로 대그룹 계열 건설사의 신뢰가 저하된 상황에서 타 그룹과는 달리 건설업을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라는 대외적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LIG건설의 신용등급 상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외부 신용평가기관과 구두로 합의된 상황이라고까지 명시했다.
또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며 "증자 재원은 대주주 출자, 대주주 개인 출자와 대주주의 배당금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 뒤 “증자 자금은 LIG건설이 종합건설업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문 건설업체 인수합병(M&A)에 쓰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LIG건설은 이 자료 배포 당시 이미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으며, 만기 연장분을 포함해 700억원의 CP를 발행한 뒤 1개월도 지나지 않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우리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는 이런 자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LIG건설의 안전성을 더욱 신뢰한 측면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증권사와 고객 모두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LIG건설은 “관련 자료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진흥기업 워크아웃 등으로 CP시장이 위축되자 우리투자증권이 먼저 요청해 기본적 내용만 담아 건네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자료 내용도 중간에 계속 수정됐으며 일부 내용은 우리투자증권이 일방적으로 포함시켜 놓고, 책임을 LIG건설에만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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