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위기 끝모를 복구정치권, 추경 내용 확정도 못해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은 진행형이다.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는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계속 흘러 나오고, 다시 바다와 토양,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여진 공포도 끝난 게 아니다. 9일 밤 미야기(宮城)현 앞바다에서는 규모 7.1의 강진이 또 다시 열도를 급습해 일본 국민을 떨게 만들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3월 한달 간 발생한 규모 6 이상의 지진은 총 77차례로 최근 3년간 월별 평균치의 50배에 달한다.
'쌍끌이 공포'가 한 달째 지속되다보니 복구 작업은 더딜 수밖에 없다. 대지진 직후 기능을 멈췄던 유무선 통신망과 도로, 공항 등 기간 시설은 대부분 복구됐다. 문제는 쓰나미로 폐허가 된 소규모 마을은 복구는커녕 전기와 수돗물 공급조차 언제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피해가 가장 컸던 이와테(岩手)ㆍ미야기ㆍ후쿠시마 등 3개현에서는 최소 6만채의 임시 주택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착공에 들어간 물량은 단 2,600여호. 15만명이 넘는 이재민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복구ㆍ부흥 대책 기본법안'을 마련, 앞으로 5년 간 최대 25조엔에 달하는 복구 비용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치권은 복구 주체를 놓고 갑론을박하며 당장 내달 초 국회 심의에 들어가야 하는 1차 추가경정예산(4조엔)안의 세부 내용도 확정하지 못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은 여전히 손을 못 대는 분위기다. 일본 경찰청이 집계(10일 현재)한 대지진 및 쓰나미 사망자는 약 1만3,000명. 이에 버금가는 수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자위대는 지난주 주일 미군과 연계해 3일 동안 동북해안을 샅샅이 훑었지만 수습한 사체는 70여구에 불과했다.
일본은 국제 원조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제사회가 일본 대지진 피해를 돕기 위해 모금한 돈은 7억400만달러. 2,350억달러의 피해 규모에 비하면 푼돈이다.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피해 140억달러) 당시 46억달러의 성금이 걷혔던 것에 비해서도 크게 적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세계 최고의 부국이라는 자부심이 자연재해 앞에 발목이 잡혔다"고 분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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