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사태와 방사능 물질의 국내 유입 파장 및 대응을 둘러싸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자칫 부처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어 표나게 드러내진 못하지만 교과부는 교과부대로 섭섭한 게 있고, 지경부는 또 지경부대로 할 말이 있다는 거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양상을 보건대 초기부터 관련 부처의 총력 대응체제가 갖춰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원자력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부처는 교육과학기술부, 전문기관은 교과부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다. 교과부의 KINS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초기 국내 방사성물질 유입 대응 과정을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해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교과부와 KINS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열심히 일 하고 욕 먹는 동안 지경부는 뭘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반면 지경부는 원자력 이용 업무의 주무 부처다. 원전 건설과 운영을 맡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 대국민 홍보를 맡은 원자력문화재단, 원전 설계를 맡은 한국전력기술(KOPEC) 등이 지경부 산하에 있다.
하지만 일본 원전사태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해온 건 지경부가 아니라 교과부였다. 원전 이용담당 부처는 뒷짐지고 있는데 안전규제 담당 부처가 안전을 홍보하는 모양새가 적절치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실제 제기되기도 했다.
해묵은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NE) 원전 수출이 결정된 2009년 지경부는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며 홍보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고, 교과부는 숨은 공로자는 묵묵히 일한 원자력 분야 과학기술자라며 지경부의 태도를 못마땅해 했다.
지경부의 입장은 다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원자력 자체가 아니라 원전에서 누출되는 방사능이기 때문에 교과부 업무 영역이라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국내 원전에 대해 긴급점검을 하고 현재 종합점검도 진행 중”이라며 “교과부의 힘든 상황은 이해하지만 우리가 취할 조치는 모두 이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학계 등 관계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적 재난 대응체제의 재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국민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부처간 업무 영역만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부처가 협력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비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