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한밤에 난투극을 벌이다 한 명은 중화상을 입고, 한 명은 자살했다.
8일 오후 10시7분께 경기 화성시 A대학 운동장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 대학 강사 김모(54)씨가 급히 달려간 곳에는 상반신에 화상을 입은 체육학과 겸임교수 김모(50)씨가 같은 과 전임교수 이모(64)씨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김 강사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119 대원들에게 김 교수는 “저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얼굴 등에 2도 화상을 입은 김 교수가 병원으로 후송되는 동안 이 교수는 대학 체육관의 샤워실로 뛰어가 자신의 상의로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지만 김 강사가 쫓아가 말리자 옆 방 창문을 통해 달아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현장에서 휘발유가 담긴 1.8ℓ 페트병과 이들이 흘린 핏자국 등을 발견했다. 약 40m 떨어진 곳의 소각시설 안에서는 타다 만 체육학과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도 찾아냈다. 체대 현관 폐쇄회로(CC)TV에는 김 교수가 서류와 페트병이 든 종이상자를 들고 운동장쪽으로 나간 뒤 이 교수가 빈손으로 나가는 장면도 남아있었다.
이 교수는 잠적 이틀만인 10일 오전 11시40분께 대학 체육관 옥상 철제 계단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목에는 밧줄이 감겨 있었고, 철제 계단 용접 부위는 떨어진 상태였다. 경찰은 스스로 목을 맸다 계단이 파손되며 7.3m 아래로 떨어져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의 한밤 난투극이 용인동부경찰서가 수사 중인 경기도 모 체육단체의 장학금 횡령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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