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방송 프로그램'화성인 바이러스'에'화장하는 남자'로 출연해 유명해진 이병철(29)씨는 방송 출연 전에도 이미 파워 블로거로 네티즌 사이에선 잘 알려져 있었다. 그는 하루 방문객 3,000명을 거느린 블로그를 매일 8시간 이상 관리하며, 한 달 평균 200만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 블로그를 통해 제품을 추천해 달라는 의뢰성 글을 매일 3, 4건씩 받는다. 모 백화점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이 씨 블로그에 제품이 올라가면 직접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20, 30%정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 부산 신라대 4학년생인 이진혁(28)씨는 매주 쉐보레, 볼보, 인피니티 등 고급 승용차를 바꿔 탄다. 2008년 12월부터 운영 중인 블로그 덕이다. 자동차 분야의 파워 블로거로 통하는 그가 지금까지 시승을 협찬 받은 차만 120여대. 게다가 블로그 덕분에 매달 70만원의 용돈이 생긴다. 그는"당장 수입도 좋지만 장래희망인 자동차 마케팅 경험을 실전으로 배울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한다.
프로블로거, 돈도 벌고 명성도 얻는 직업군으로 확대
블로거를 사실상 직업으로 삼는'프로 블로거'가 늘고 있다. 고급 정보와 전문적 식견을 네티즌과 공유하며 영향력을 과시하는 파워 블로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일각에서는 업체와 짜고 거짓 제품 홍보에 나서거나, 특정 업체에 금품 제공을 요구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손에 꼽을 만한 유명 프로 블로거는 30여명. 이들은 자동차 요리 인테리어 IT 여행 등 특정 분야별로 수 많은 팬들을 거느리며 활동하고 있는데, 우선 유명 블로그 그 자체가 이들의 수입원인 동시에 신규사업의 장이 된다.
이병철씨의 경우 지난 10일에 <화장품 골라주는 남자> 라는 책을 출간했다. 또 블로그 덕에 인연을 맺은 화장품 업체에서 화장품을 함께 개발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의 미용 비법을 토대로 개발한 화장품은 인터넷에서 이달 말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화장품>
프로 블로거의 영향력을 높이 산 기업들은 이들만을 겨냥한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의류 업체 리바이스는 지난해 9월 전세계 패션 블로거를 런던으로 초대해 3박 4일 동안 패션쇼와 파티를 벌였다. 올림푸스도 2월에 최신 디지털 카메라의 사용 후기를 올린 우수 블로거를 뽑아 태국 치앙마이 4박 5일 여행과 100만 원 상당의 카메라 렌즈 등을 제공했다. 메이크업 포에버ㆍSK Ⅱ 등 유명 화장품 업체도 주요 블로거에게 매달 40만, 50만원 상당의 신제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IT 전문 블로거 최필식(38)씨와 계약을 맺고 스마트폰 넥서스S의 활용 정보를 블로그를 통해 제공한다. 쉐보레,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도 2년 전부터 블로거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차 출시 행사에 블로거를 초대하고 시승차를 지원한다.
이처럼 기업 입장에서 프로 블로거는 특별 관리 대상이다. 이들은 쏟아지는 광고 속에서 소비자에게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여론 선도자다. 소비자는 실질적인 정보를 얻어 좋고, 기업들은 공신력 있는 판촉 활동이 가능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프로 블로거의 블로그를 찾는 수천 명의 방문객은 관심사가 명확해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다"며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프로 블로거, 거짓 홍보 및 금품 요구로 불신 키워
일각에서는 프로 블로그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프로 블로거는 "기업에서 체험 후기를 가장한 거짓 홍보 수단으로 블로그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유아용품 업계 관계자는"입소문에 민감한 주부 대상의 화장품이나 유아용품의 경우 일부 블로거가 홍보 글 게시를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부 블로거가 온라인 여론을 조작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또 도박 등 일부 불법 사이트들이 프로 블로그인 양 위장해 방문객을 끌어 들이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2008년 휴대폰 업체 A사는 신제품의 우호적인 후기를 블로그를 통해 홍보했다가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A사가 제품 후기를 가장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항의가 쇄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당시 제품 홍보는커녕 소비자 반감이 컸다"며"이후 기업들은 홍보 글일 때 블로그에 솔직히 밝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프로 블로거들은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부쩍 강조한다. 블로거 최필식씨는"프로 블로거의 원칙은 돈 보다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며"소비자가 신뢰하는 블로거일수록 단순 홍보 일색의 글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희선 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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