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 1명 공석에도) 그렇게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통화정책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한국은행 금통위원 1명이 공석을 유지한 지 1년 째. 12일 열린 금통위까지 벌써 13차례나 한은법이 정하고 있는 금통위원 정원(7명)에서 1명이 빠진 기형적인 6인 금통위 체제에서 기준금리 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한은 수장이자 금통위 의장을 맡고 있는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현 체제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총재는 6인 금통위 체제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1년 간 합의제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왔기 때문에 3대 3으로 의견이 갈리는 극단적인 상황은 없었다"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상당히 많은 토의를 거친 뒤에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6인 금통위 체제라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우 벌써 수 년째 1자리가 공석이며,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외부인사 2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총재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6인 금통위 체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 달 금통위에서는 같은 질문에 대해 "금통위 회의와 무관한 질문이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피했었다. 김 총재는 하지만 비공식 자리에서는 "도대체 6인 금통위 체제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왜 유독 우리나라 언론들만 계속해서 문제를 지적하는지 모르겠다" 등 더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김 총재는 또 정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금통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리) 행사에 대해서는 "정부의 열석발언에 영향을 받을 금통위원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유익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물론 금통위원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상황에서 한은 총재의 입장이 난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현 체제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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