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지식경제부 표준기술원에서는 2010년 한국인 남녀 평균신장을 발표했다. 남자는 174㎝, 여자는 160.5㎝가 평균치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희망 키'는 남자 180㎝ 이상, 여자는 165㎝ 이상이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들의 키만 키울 수 있다면 뭐든 마다하지 않는다. 키가 작으면 루저(Loserㆍ패배자)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한일 프로야구에서 '루저'들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한국에서는 KIA 내야수 김선빈(22ㆍ165㎝ 70㎏), 일본에서는 라쿠텐의 신인 오른손 투수 미마 마나부(25ㆍ美馬学ㆍ169㎝ 75㎏)가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 8개 구단 선수들의 평균체격은 183㎝ 85.1㎏, 일본 12개 구단 선수들의 평균체격은 180.82㎝ 82.36㎏이다. 김선빈은 평균체격에 18㎝ 15㎏, 미마는 11㎝ 7㎏이 모자란다.
▲키 때문에 투수 포기한 김선빈, 유격수로 성공
화순고를 나온 김선빈은 투수 출신이다. 이따금 유격수로 나서기도 했지만 김선빈은 사실 투수 쪽에 소질이 더 있었다. 김선빈은 그러나 고교 졸업과 동시에 투수를 포기해야 했다. KIA는 2008년 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유격수' 김선빈을 지명했다. "투수라면 키가 180㎝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KIA의 신인선수 선발 방침이다.
김선빈은 프로 4년째를 맞은 올해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7일 현재 김선빈은 타격 8개 부문 중 5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0.600) 타점(7개) 최다안타(9개) 출루율(0.684) 도루(4개) 부문 맨 위에 김선빈의 이름이 있다. 김선빈은 "처음 투수를 그만둬야 할 때는 많이 아쉬웠지만 이제는 내야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체격 때문에 프로 직행 실패한 미마, 사회인야구에서 재기
김병현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미마는 고교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았다. 후지시로(藤代) 고교 에이스였던 미마는 팀을 고시엔(甲子園) 대회 본선까지 올려놓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팔꿈치에 자꾸 탈이 났다. 체격이 왜소한 데다 3번이나 수술을 받은 까닭에 미마는 프로 직행에 실패했고 추오(中央)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도쿄가스에 입단한 미마는 팀 마무리로 활약했고,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팀에도 뽑혔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일찌감치 최고구속 153㎞를 찍은 미마는 라쿠텐의 유력한 마무리투수 후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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