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을 어떻게 여기느냐에 따라 장례의 양태가 달라졌다. 고대 이집트에선 육신을, 거칠게 말해, 사자(死者)가 내세에 부활하는 데 꼭 필요한 영혼의 집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장기를 빼고 향유를 발라 70여일 동안 시신을 처리해 미라로 만드는 정성을 쏟은 거다. 반면 티베트에서 시신은 물체일 뿐이다. 개가 뜯어먹도록 두는 견장(犬葬) 풍속도 있단다. 육신을 먹은 개가 죽으면 사람으로 환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에이, 개가 뜯어 먹을 놈아" 하면 쌍욕이지만, 티베트에서 "부디 개에게 맛있게 뜯어 먹히시길…"하면 덕담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니 풍속이란 게 참 요지경이다.
■ 화장에 대한 사회적 태도에도 육신에 대한 관념이 작용한 흔적이 나타난다. 중국은 혁명에 성공한 마오쩌둥 전 주석이 1950년대 중반에 아예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담아 매장하는 토장을 금지한 이래 화장이 보편화했다. 하지만 불교가 전래된 후한 이전까지만 해도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육신을 훼손하는 걸 큰 불효로 생각했고, 시신을 불태우는 걸 형벌로까지 여겼다고 한다. 이후 불교 확산에 따라 송대 이후엔 화장이 널리 확산됐다가, 명ㆍ청기에는 조정에서 다시 화장을 금지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 묘지 터가 부족해지자 마오쩌둥 때의 정책이 나왔던 것이다.
■ 화장은 불교적 장례로 여겨진다. 원래 고온다습한 인도의 풍토에서 비롯됐겠지만, 불교 전래와 함께 화장도 확산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교의(敎義)로 봐도 화장은 불교적이다. 일체 삼라만상이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으로 끝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삶의 껍데기에 불과한 육신을 불살라 단숨에 저 아득한 공(空)으로 비약하는 것이니까. 법정 스님이 돌아갈 때 "사리도 찾지 말고 탑도 쌓지 말라"는 말씀을 남긴 것도 존재의 무상(無常)에 대한 절절한 통찰 때문이 아니었을까.
■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8명 가량이 자신의 장례를 화장으로 하길 원하는 걸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한식에 맞춰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3%가 화장을 원했고, 매장을 원한다는 응답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실제 화장비율도 1991년 17.8%였던 게 지난해엔 65%로 급증했다고 한다. 유골이 산이나 강에 뿌려지길 원한다는 사람도 27.3%에 달해 제삿밥 얻어 먹겠다는 생각도 많이 바뀐 것으로 추측된다. 부지불식간에 인생과 존재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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