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출구를 열었다. 향후 추가 금리인상 속도를 두고는 견해가 엇갈리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금융완화 모드에서 긴축 모드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관심은 미국으로 쏠린다. 과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유럽중앙은행(ECB)의 뒤를 따를지,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논란이 분분하다.
최근 Fed 내에서는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총재) "지나친 유동성이 투기를 조장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총재) "인플레이션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나라야나 코컬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준총재) 등 매파적 성향을 가진 인사들의 발언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이는 올 들어 급속히 개선된 미국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3월 실업률이 8.8%를 기록하면서 9% 아래로 내려서는 등 고용 여건 개선 조짐이 뚜렷하고, 소매판매가 1월 0.7%, 2월 1.0% 증가하는 등 소비심리도 점차 살아나는 중이다. 제조업의 설비 가동율은 2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회복에 맞춰 인플레 우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2.2% 상승했고 근원소비자물가는 1.1% 뛰었다. 지난 5일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 상당수가 "인플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희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작년 말까지만 해도 소수 의견에 그쳤던 조기 출구전략 가능성에 점점 더 힘이 실리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완화 기조가 아직 견고하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매파적 성향 위원들의 강성 발언에도 불구, 여전히 Fed 내에는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비둘기파 위원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벤 버냉키 의장의 의중을 대변하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총재가 "빠른 회복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책 방향을 전환할 이유는 아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11명의 멤버 중 매파적 성향의 인물은 4명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7일(현지시간) ▦미국이 유럽보다 인플레에 더 단련이 돼 있고 ▦미국은 인플레보다 고용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금리 인상이 고유가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Fed가 당장 ECB의 뒤를 따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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