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은 가끔 저에게 '어떤 선수와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한 번도 망설임 없이 얘기했죠. "당연히 롯데 조성환 선수죠"라고요.
조성환 선수와 인터뷰를 한 건 지난해 여름이었습니다. 입사 3개월 차, 야구 인터뷰라곤 고작 서너 번 해본 '초짜'였던 저는 경기 후 인터뷰를 앞두고 바짝 긴장해 있었습니다. 게다가 조성환 선수라니. 매서운 눈빛과 조금은 딱딱해 보이는 얼굴. 저는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내 질문이 우습진 않을까?", "단답형으로 말하면 안되는데…"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저는 준비한 질문을 정신 없이 쏟아냈습니다. 사실 조성환 선수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래도 조성환 선수의 눈빛만은 또렷이 생각납니다. 불안한 듯 수첩을 연방 바라보는 저를 계속 지켜봤죠.
클로징 멘트까지 모두 끝난 뒤 스태프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때까지도 조성환 선수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제 옆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더니 먼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아빠미소'와 함께요.
사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마무리 인사 전에 먼저 자리를 뜹니다. 굳이 클로징 멘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런데 조성환 선수는 제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제 옆에서 기다렸던 겁니다. 게다가 긴장해서 떨어뜨려버린 제 수첩까지도 친절하게 주워줬습니다. 정말로 따뜻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지난 2월 조성환 선수를 일본 가고시마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조성환 선수는 올시즌을 앞두고 주장 완장을 홍성흔 선수에게 넘겨줬습니다. 조성환 선수는 홍성흔 선수가 자신보다 주장 역할을 잘 해낼 거라 믿기 때문에 그랬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홍성흔 선수의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그의 마음씨는 일본에서도 여전히 빛났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영원한 캡틴'이라 부르나 봅니다. 올시즌 조성환 선수의 활약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KBS N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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