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폐막일에 맞춰 가족들과 서울모터쇼를 관람한 강철민(38)씨는 고민에 빠졌다. 현재 5년째 중형차를 운행 중인 강씨는 다음달쯤 준대형차로 교체하려 했는데 이를 미룬 것. 당초 현대차 그랜저 5G, 프레스티지 K7 중 하나를 고르려 했다. 하지만 서울모터쇼에서 SM7 콘셉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더군다나 르노삼성차의 SM7 후속이 9월 출시된다는 소식에 아내도 차 구입을 미루자며 성화다. 강씨는 "세 차종의 디자인이 각각 개성이 있어 어느 것을 고를 지 고민"이라며 "성능을 비교할 수 있는 가을까지 기다려 신중하게 구입 차종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대형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해에는 기아차 K7이 도전자였다면 올해는 르노삼성차의 SM7 후속 모델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기세다. 물론 전통의 강자 현대차 그랜저 5G는 어렵게 되찾은 왕좌 자리를 지키겠다는 전략. 이에 따라 SM7 후속이 출시될 가을께는 준대형 차급에서 지키고 뺏으려는 공방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의 대표적인 준대형 세단 SM7 후속 모델은 2011 서울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2008년 부분 변경모델이 나온 바 있다. 이번 모델은 풀체인지 모델이다. 즉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과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다.
2004년 11월 첫 출시된 SM7은 그 동안 이 차급에서 현대차 그랜저를 경쟁상대로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기아차 K7까지 협공에 나서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협공의 결과는 판매량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사실상 판매 첫해인 2005년 연 2만5,675대가 팔리며 준대형 차급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매년 1만5,000대 이상 판매되며 꾸준한 인기를 누려 왔다. 그랜저의 독주를 견제해 왔던 것.
하지만 최근에 상황이 달라졌다. K7이 출시된 지난해부터는 1만3,000여대로 판매가 줄어 들었다. 여기에 올 들어 신형 그랜저 5G가 출시되자 판매가 더 위축되고 있다. 르노삼성이 SM7의 후속모델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르노삼성차는 7년만의 새 차인 만큼 SM7 후속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일단 디자인 측면에서는 그랜저 5G, 기아차 프레스티지 K7과 차별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커진 차체에도 불구하고 유려하고 스포티한 선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SM7 후속 모델은 길이가 5,000㎜나 된다. 기존(4,885㎜)보다 11㎝ 이상 길어졌다. 동급 최대다. 폭(1,930㎜), 높이(1,500㎜)도 커졌다. 상세 재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세계적으로 성능이 검증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직분사(GDI) VQ 2.5, 3.5엔진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아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경쟁차종들과 좋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의 귀환을 외치면 돌아온 그랜저5G는 수성에 나선다. 지난해 동생격인 K7에 내준 자리를 되찾은 그랜저는 최근 사실상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올 1월 판매량이 6,632대로 K7(2,403대)의 3배나 된다. 2월에도 그랜저 5G는 1만대 넘게(1만1755대) 팔려나간 반면 K7은 1,344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그랜저의 귀환 덕분에 올 1분기 준대형차 판매량은 4만1,946대로 작년 동기(2만9,446대) 대비 42.5% 늘어 났다. 반면 중형차 판매는 6만여 대에 그치며 7만3,195대가 팔린 작년보다 오히려 17.6% 줄었다. 가히 준대형 차급에서 그랜저 효과가 나타났다 할만하다.
한편 기아차는 지난 2월 출력을 개선한 부분변경 모델 프레스티지 K7을 내놓았다. 그랜저처럼 3.0, 2.4 직분사(GDi) 엔진을 장착했다. 특히 2.4 GDi(201마력)는 기존 2.7모델(200마력)보다 작고 강한 심장을 지녀 관심을 끌고 있다.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2,980만∼3,870만원으로 신형 그랜저(3,112만∼3,901만원)보다 조금 낮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준대형은 수입차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모델"이라며 "그랜저 5G, 프레스티지 K7, 알페온에다 르노삼상차의 SM7 후속까지 가세해 중형차급 이상으로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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