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박사이트로 거래되는 '검은 돈'의 규모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인터넷상에서는 포커나 '바둑이' 또는 고스톱 등 일반적인 도박게임과 토토식의 스포츠게임, 경마 등 다양한 형태의 사설 도박사이트가 음성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수사당국도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단지 매출규모를 수조원대 정도로만 추정할 뿐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성감독위원회(사감위)의 용역 의뢰를 받아 아주대 산학협력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전체 불법도박산업 경제 규모는 약 53조로 이 가운데 온라인 도박산업이 60%(약 32조원)를 차지한다. 물론 이 역시 추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 개설, PC 등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1,000여만원대지만 벌어들이는 돈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100억원대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충남에서 경찰에 적발된 스포츠도박사이트 운영자도 1년 여 만에 130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더욱이 도박사이트에 거는 돈, 즉 베팅액은 운영업자의 수익에 최소 10배 이상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130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면 최소 1,300억원 이상의 돈이 오갔다는 얘기다.
천문학적인 검은 돈이 인터넷상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서버를 주로 해외에 두고 도메인 주소도 수시로 바꾸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대포통장을 이용해 현금 거래를 하는 식이어서 적발을 하고도 정확한 거래금액, 운영업자의 수익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초창기와 달리 최근의 인터넷 도박사이트 사범들은 모집책ㆍ환전책ㆍ운영책 등 역할을 세분화하는 등 기업화, 조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형편이라 수사당국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인터넷 도박을 제대로 포착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적발한 인터넷 도박사범은 총 4만2,665건. 2009년 2만9,000여건에 달한 적발 건수가 지난해엔 6,000건이 채 되지 않았다. 업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사감위의 태도도 인터넷 도박사이트 성행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합법 사행산업 감독은 공공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맡기고 사감위는 불법시장 단속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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