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영문본이 지난 2월 유럽의회에서 통과된 협정문 영문본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와 함께 번역 오류로 세 차례씩 국무회의를 거치면서 전면 수정된 협정문 한글본에서도 추가 오류가 발견됐다. 이로써 1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의 한ㆍEU FTA 비준동의안 상정뿐 아니라 4월 임시국회 처리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국회 외통위 소속 민주당 박주선 의원에 따르면 유럽의회가 심의한 한ㆍEU FTA의 대한민국 양허(개방)표 원본과 국회에 제출된 영문본 내용을 비교하면 모두 36곳에서 불일치한 내용이 발견되고 있다. 양허품목 '8542321010' DRAM(디램)의 경우 EU 협정문에는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로 돼 있지만 국회 비준동의안에는 'DRAM(Dynamic random access'로 'memory)' 부분이 누락돼 있다. 또 양허품목 '7407292010'인 백동(동과 니켈의 합금)의 경우도 EU 협정문엔 'of copper-nickel base alloys(cupronickel)'라고 돼 있지만 국회 비준동의안에는 'of copper-nickel base alloys(cupro-'로 표기돼 있는 등 대부분 품목의 끝 부분이 일부 누락돼 있다.
이에 대해 최석영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는 "기존의 엑셀파일을 PDF 파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문장의 끝부분이 잘리는 오류가 생겼다"며 "EU측도 웹사이트에 올릴 때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우리 헌법은 조약이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을 경우 곧바로 국내법적인 효력을 갖게 된다"면서 "정부가 정식서명본과 다른 서면을 제출할 경우 '철회한 뒤 다시 제출해야 한다'는 게 국회 사무처의 공식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외교통상부가 207개의 번역 오류를 인정한 뒤 지난 6일 국회에 세 번째 수정 제출한 협정문 한글본에서는 20개의 추가 오류가 발견됐다. 원산지 의정서의 '0902.10' 조항에서 '즉석포장(immediate packing)'을 '포장(packing)'으로 오역했고, 제12류와 '9030' 조항에선 '곡물(grains)'과 'X선(X-ray)'을 각각 누락해 번역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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