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도 늙는구나/임철순 지음/열린책들 발행ㆍ472쪽ㆍ1만4,000원
책은 197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편집국장 사회부장을 두루 거친 한 신문기자의 생활 에세이다. 현재 저자는 주필로 근무하고 있다. 과거 대형 사건 사고에 관한 흥미진진한 취재 뒷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잠시 접어 두는 게 좋겠다. 대신 언론계 최고 글쟁이로 꼽히는 이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때로 젊은 청춘은 기성세대의 딱딱한 잔소리보다 그들의 진솔한 경험담에서 삶의 위로를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생의 선배로서, 혹은 젊음의 선배로서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따끈한 위로다. 30여년 전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하숙집에서 '무엇이 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던 저자의 모습과 거나하게 술을 푸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등은 친근한 동질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또 대학 입시에 실패한 친구에게 저자가 적어 준 '참는 것의 어렵고 어려움이여,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하고 참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는 <명심보감> 의 글귀는 비단 그 친구뿐 아니라 글을 읽는 청춘에게도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명심보감>
저자 특유의 풍자와 유머도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고,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 발로 문을 뻥뻥 차는 젊은 여성에 대해 맹렬한 살의마저 느끼는 저자의 모습에 의도치 않게 웃음이 빵 터진다. 상상해 보라. 지하철 안에서 무례한 젊은 여성과 그에게 뭐라 하지 못하며 화를 삭이는 한 나이 지긋한 남성의 모습을.
저자가 소개하는 시구도 인상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꽃보다 나무가 더 좋아진다'는 한 식물박사의 말에 저자는 조이스 킬머의 시 '나무'를 연결한다. 또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읽으며 머릿속으로 김종길의 '국화 앞에서'를 떠올린다. 이어 글은 군사정권이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71년 10월 15일로 간다. 그도 당시 2학년이었다. 그는 그해 11월 대학 신문사 창간 기념으로 실린 '국화 앞에서'를 되뇌며 옆과 앞에서 바라본 국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총 98개의 짤막한 이야기들로 엮인 이 책은 저자가 자유칼럼그룹에서 활동하며 인터넷 홈페이지(freecolumn.co.kr)에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재한 칼럼을 묶은 것이다. 제목 <노래도 늙는구나> 는 책에 소개된 일화에서 따온 것. 가수 김창완이 동물원의 공연을 무대 뒤에서 지켜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는데 저자도 김창완의 노래를 들으며 '노래도 늙는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저자는 "삶에서 우러난 노래는 그 속에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담아 세월과 함께 나이 들어 갑니다"고 말한다. 노래도>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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