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월만에 0.25%P
유럽중앙은행(ECB)이 7일 2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향후 인상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인플레 기대심리 차단에 강한 의지를 내비쳐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 경제권 가운데 가장 먼저 '출구전략'에 나서면서 향후 미국, 일본 등의 금리 결정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고 2009년 5월 이후 유지해 온 사상 최저(연 1.0%)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08년 7월(4.0%→4.25%) 이후 33개월 만이다. ECB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4.25%에서 1.0%까지 급격히 내린 후 이를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ECB의 기준금리 인상은 무엇보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 독일 등 주력 국가들의 경기 회복세와 함께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1.8%(전년동기 대비)에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작년 12월부터 2%대에 접어 들었고 지난달에는 2.6%까지 치솟았다. 최근의 물가 상승률은 ECB의 물가유지 목표(2% 미만)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금리인상 결정이 상반된 방향의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독일 등 경기 회복세가 강한 유로존 내 선진 국가들은 금리인상을 통한 물가억제를 적극 지지하고 있지만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재정난에 빠진 회원국들은 "금리인상이 이자부담을 늘린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때문에 관심은 향후 ECB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에 쏠리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번이 연속적인 금리인상의 시작인지는 오늘 결정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금리정책은 여전히 '매우 경기부양적(accommodative)'이다"면서 "앞으로도 물가상승 위험을 '아주 면밀히'(very closely) 관찰하겠다"고 밝혀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특히 "인플레 기대심리가 임금상승 등으로 이어져 물가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리는 '2차 파급효과'만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이에 대한 의지는 매우 매우 강하다(very very strong)"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ECB 안팎에서는 트리셰 총재가 올 10월 퇴임 이전에 적어도 한번 이상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프랑크푸르트=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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