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 슈퍼박테리아 재앙 막으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 슈퍼박테리아 재앙 막으려면

입력
2011.04.07 12:00
0 0

4월 7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보건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항생제 내성'이다. WHO는 항생제 내성을 세계 보건에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전 세계적 경각심과 공동 대처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항생제 덕분에 웬만한 감염 질환은 쉽게 완치할 수 있는 질병으로 여긴다. 그러나 항생제가 임상의학에 도입된 지 불과 70 년 만에 '항생제의 종말'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단순히 약제 하나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사망 원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각종 감염질환의 위협이 크게 증가, 1940 년 이전처럼 사소한 감염이 치명적 질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항생제 종말' 우려되는 현실

지난 70 년간 인류가 배운 교훈은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만드는 능력이 인간이 항생제를 만드는 능력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내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철저한 대책 없이는 이 전쟁의 결말이 뻔히 보인다.

내성이 발생하는 원인은 기본적으로 항생제 오ㆍ남용에 미생물이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기전으로 내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단 출현한 내성균은 국제적으로 빠르게 전파돼 순식간에 범 세계적 문제가 된다. 지난 해 세계 언론을 장식한 슈퍼박테리아(NDM-1 생성 대장균) 역시 인도에서 출발해 몇 개월 만에 모든 대륙으로 퍼졌다.

WHO는 내성이 악화한 이유로 감시체계의 미비, 항생제 오남용, 품질 불량약제, 감염 관리의 미비, 보건당국의 관심과 이해 및 기초 연구의 부족 등을 꼽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항생제 내성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미래 전략의 출발점이다.

지금 서울에서는 전 세계 2,000여 명의 감염학자가 모여 항생제 내성 현황을 토의하고 미래 대책을 논의하는 국제심포지엄(ISAAR)이 열리고 있다. 필자가 주관하는 회의는 특히 아시아 지역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60%가 모여 사는 아시아는 항생제 내성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발표되는 자료를 보면, 아시아 국가 대부분에서 항생제를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고, 함량이 부족한 짝퉁 항생제가 널리 유통되고 있다. 일부 국가의 병원에서는 70~80%의 입원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고, 대부분이 오남용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내성균은 국가 간에 전파되므로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문제를 공유하게 된다. 아시아 지역의 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전 세계의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1996 년 아시아 지역의 내성 문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항생제 내성 감시를 위한 아시아 연합 (ANSORP)'이 결성돼 현재 아시아 120개 병원이 내성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범 세계적 각성과 협력을

ANSORP 연구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항생제 내성 실태 및 문제점이 많이 밝혀졌고, 이에 대한 대책도 공론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아시아 국가들의 항생제 내성 예방을 위한 국제 캠페인 'I CARE 캠페인'이 시작된다. 아시아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 캠페인은 항생제와 내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감염 관리 및 예방접종 필요성을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이러한 국제 활동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공공보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전 세계의 일반인, 의료인, 보건당국과 국제 사회가 힘을 합쳐야만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대재앙을 막을 수 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아시아·태평양 감염재단 이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