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 학생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7일 오후 1시20분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아파트 현관 앞 아스팔트 바닥에 카이스트 휴학생 박모(18)군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박모(42ㆍ여)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요구르트를 배달하러 가는데 젊은 남성이 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파트 옥상에서는 박군의 재킷과 지갑, 휴대전화, 우산 등이 발견됐고,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박군이 19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카이스트 2학년생인 박군은 숨지기 하루 전인 6일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병원 진단서와 함께 학교에 휴학계를 제출했다.
박군이 휴학원을 제출할 당시 상담을 진행한 카이스트 김모 교수는 “마음이 아프다”며 “30분간의 상담에서 대학 와서 공부하기 힘들다, 쉬고 싶다, 중간고사도 포기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는데 본인이 도전하고자 하는 것에서 원하는 만큼 하지 못해 실망한 듯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군이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또 거주지가 인천 남구인 박군이 남동구의 아파트까지 찾아가 뛰어내린 이유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비보를 접한 박군 어머니는 충격으로 실신해서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젊은 영재가 또 숨져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카이스트에서는 올 1월 8일 로봇영재로 알려진 1학년 조모(19)군이 교내에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3월에도 2명이 잇따라 삶을 포기했다.
한편,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이날 박군의 죽음이 알려진 직후 대전 유성구 학교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07학년도 학부 신입생부터 적용해 온 차등등록금 제도를 다음 학기부터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부생들에게는 윈칙적으로 등록금을 받지 않고 기성회비 156만원만 부담토록 한다는 것이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인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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