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중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자살한 경북 경산시청 공무원 김모(54) 씨의 유서내용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다. 김씨가 "술 냄새가 났다"고 지목한 수사관들이 실제로 전날 밤 술 마신 일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도 대구지검은 수사관들의 구구한 변명에 근거해 "조사 당시는 술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진상규명 의지보다 제 식구 감싸기 인상이 두드러진다.
엄정 조사를 강조한 김준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현지에 간 대검 감찰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김씨가 주장하는 가혹행위 날짜와 실제 조사날짜가 어긋나고 수사관들이 부인한다는 점 등을 들어 유서의 내용을 회의하는 쪽으로 조사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씨의 e메일과 휴대전화 통화내역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자살원인을 이 문제가 아닌, 외부 사주나 정치적 동기 등에서 찾아보려는 의도가 뻔히 읽힌다. 이게 요즘 외부의 개혁요구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는 검찰의 모습이다.
물론 예외적 동기가 있겠지만 대개 자살은 절망적 상황에서의 최후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게 정상이다. 살아서 불이익을 피하려는 이들의 진술보다는 유서의 진정성에 훨씬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은 그래서 당연한 것이다. 한계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기억의 왜곡을 문제 삼아 다른 구체적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배제하려 드는 건 수사원론으로 봐도 말이 되지 않는 다. 검찰은 이른바 '스폰서검사' '그랜저검사'등 제 식구에 대한 자체조사 때마다 똑같은 행태를 반복해왔다.
이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여전히 증거수사, 과학수사에 대한 검찰조직의 인식이 저열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2002년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사망사건 이후에도 수사에서의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을 들은 바 없다. 고문범죄에 대한 처벌수준을 높이고 공소시효를 실효성있게 판단하는 등 제도적 개선과 함께, 범죄행위에 관한 한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근본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 상태의 검찰이 국민불신에 섭섭해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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