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에서 이번엔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과 사흘 전 올 들어 네 번째 학생 자살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탁월한 연구 능력을 인정받던 교수마저 삶을 포기함에 따라 카이스트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오후 4시께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박모(54) 교수가 목을 매 숨진 것을 박 교수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박 교수의 부인은 "오늘 서울 집으로 오는 날인데 연락이 안 돼 내려와 보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교수의 시신은 자택 주방 뒤 다용도실에서 발견됐으며 현장에서는 "애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남아 있었다. 경찰은 "유서에는 최근 잇따라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들이나 학내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없어 직접 관련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박 교수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통보해 온 종합감사결과에 연구인건비 등과 관련해 처분 대상에 포함됐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지난 2월 정기감사에서 카이스트 교수 2명이 산학협력업체로부터 1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받았다는 지난해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과 연구비 관련 비리가 상존한다는 대학원생 설문조사 결과를 집중 감사했다. 교과부는 이에 따라 박 교수를 포함해 모두 3명의 교수에 대해 연구비와 관련한 문제를 적발, 이들에 대한 검찰고발 방침을 학교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6년 9월 카이스트에 부임한 박 교수는 2007년 테뉴어(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했고, 생체고분자를 쓰는 약물전달과 유전자치료, 조직공학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왔다. 지난해에는 카이스트 최우수 교수 5명에 뽑히기도 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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