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 주는 서예가 되야죠"
"붓을 왼손으로 잡으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뇌출혈 휴유증으로 오른손을 못 쓰게 된 서예가 박창섭(50ㆍ사진)씨가 10년 동안 왼손으로 쓴 붓글씨 작품을 모아 생애 첫 전시회를 열고 있다. 2002년 뇌출혈로 쓰러진 박씨는 2∼8일 안동시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퇴계 이황의 시와 선시(禪詩) 등 왼손으로 쓴 서예 작품 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박씨가 쓰러지기 전 오른손으로 쓴 작품 8점도 함께 전시돼 있지만 육안으로는 어느 손으로 쓴 작품인지 구별이 되지 않아 서예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안동시 풍천면 도양리가 고향인 박씨는 1981년 군입대를 앞두고 처음으로 서예학원을 찾으면서 본격적인 서예 수업에 돌입, 지금까지 30여년간 붓글씨에만 매달리고 있다. 2002년 첫 개인전을 열기 위해 40점의 서예 작품을 완성해 놓고 나머지 1점을 마무리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결국 전시회를 포기해야 했다.
후유증으로 오른손을 못 쓰게 된 그는 하루 2~3시간 왼손으로 붓을 잡았고 1시간씩 재활훈련을 병행했다. 손가락 마디마다 몇 번씩 손꺼풀이 벗겨지고 피멍이 들었지만 잠시도 붓 잡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박씨가 다시 붓으로 일어서는데는 아내(45)의 도움도 큰 역할을 했다.
"오른손으로 붓을 잡으면 붓끝이 보여 글씨를 의식하게 되지만 왼손으로 쓰면 붓끝이 안 보이기 때문에 마음도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주위에서는 박씨에게 서실을 운영하라고 권유하지만 후학들에게 왼손 글씨에 대한 혼란을 주기는 싫다. 박씨는 "만해 한용운 선생처럼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글씨를 쓰고 싶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정식기자 kwonj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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