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은 뒤 출혈이 멈추지 않아 산모가 사망하는 사고가 아직도 생긴다. 원래는 출산 후 늘어났던 자궁이 수축하면서 혈관을 눌러 지혈된다. 하지만 자궁이완증이 있으면 태반에 붙어 있던 혈관에서 피가 계속 흐른다. 이 때 산모를 살리려면 자궁을 완전히 들어낸다. 산모의 목숨을 건지지만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게 됐다.
국내 의료진이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도 산후 출혈을 멈추는 방법을 입증해냈다. 신지훈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2000년 1월~2010년 6월 산후 출혈이 있는 산모 225명에게 '골반동맥 색전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산모의 86%가 추가 치료나 수술을 하지 않고 출혈이 멈췄다. 이 시술을 여러 번 받은 산모까지 포함하면 성공률이 97.8%나 된다.
골반동맥 색전술은 1979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이처럼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증명한 연구는 없었다. 골반동맥 색전술은 심장의 관상동맥이 막혔을 때 하는 스텐트 삽입 중재술과 비슷하다. 방법은 유사하지만 색전술은 뚫린 혈관을 막는다는 점이 다르다.
골반동맥 색전술은 산모의 샅(서혜부)을 3㎜ 정도 잘라 얇고 긴 카테터(도관)를 넣어 출혈이 생긴 동맥을 찾아 젤라틴 물질이나 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한다. 이 과정은 조영제 흐름에 따라 혈관을 관찰할 수 있는 디지털 감산 혈관조영술(DSA) 장비를 실시간으로 보며 진행된다.
신 교수는 "골반동맥 색전술은 자궁을 보존해 출산 능력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자궁절제술처럼 전신마취나 개복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 직후 수혈이나 약물주입ㆍ마사지 같은 처치에도 출혈이 지속되면 가능한 한 빨리 골반동맥 색전술을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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