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름값의 문제점을 파헤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출범한 민ㆍ관 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가 결국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채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애초부터 폭리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데도 정유사들을 압박하기 위해 무리하게 TF 활동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TF는 6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정유사들이 국제유가 상승기에 국내 기름값을 비교적 많이 올리고 유가 하락기에 국내 가격을 비교적 적게 내린 이른바 가격 비대칭 사례를 상당수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TF가 1997년1~2007년5월, 2008년5~2010년12월, 2009년1~ 2011년2월로 구간을 정해 조사한 결과 이 기간 동안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 가격은 모두 국제제품가와 비대칭을 보였다.
2009년1∼2011년2월의 경우 국제 휘발유 가격이 1원 변동하는 동안 정유사 공급가는 상승기에 0.478원 오른 반면, 하락기에는 0.151원 낮아지는데 그쳤다. 지난해 정유사 공급가의 인상폭도 국제휘발유가 인상폭보다 l당 38원 높았고, 주유소의 기름 소매가격 인상폭도 29원이 더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TF는 그러나 이를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했거나 담합했다는 증거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기름값 결정에는 여러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정유사들의 폭리나 담합 때문에 가격 비대칭 현상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TF에 참가했던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완벽한 가격 대칭성을 갖고 있는 시장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며 애초부터 비대칭성을 정유사 폭리의 근거로 삼으려 했던 것이 잘못"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떠들썩했던 TF의 출범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초라한 결과"라며"정유사들을 압박해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무리하게 TF를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유소들이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팔 수 있는 혼합판매 허용 ▦석유제품 거래시장 개설 ▦제6의 독립 정유사 신설 ▦대한석유공사의 석유 도매업 진출 등을 석유가격 안정을 위한 장ㆍ단기 과제로 제시했다. 유류세 인하의 경우 장기 검토하되 당장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유류세 인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세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 검토해 유류세 인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의 주유소 공급가격을 ℓ당 100원씩 인하하기로 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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