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출 문제에 앞서 국제사회는 다양한 핵물질 관련 갈등을 빚어 왔다. 이번 사태와 가장 유사한 사례로는 1989년 아일랜드와 영국 간 소송이 있다. 당시 영국 기업이 아일랜드에서 176㎞ 떨어진 해안에 혼합핵연료(MOX) 공장을 지으려 하자, 아일랜드는 오염 우려를 이유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공장허가 취소 소송을 냈다. 아일랜드는 유엔해양법상 해양환경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합리적 근거가 있을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영국정부가 공장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재판소는 양국이 정보 공유, 감시, 오염 방지 조치를 협의하라는 잠정조치를 내려 국제법의 한계를 드러냈다.
일본은 1984년 플루토늄 240㎏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160회에 걸쳐 약 8,000톤의 핵물질을 프랑스로 해상 운송하면서 수송로에 접한 국가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문제는 핵물질을 적재한 선박의 항해권에 대한 논란으로 발전됐지만 국제법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은 수송정보 통보의무를 공동선언문으로 채택했고, 칠레는 군함과 항공기까지 출동시켜 문제 선박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 우리 정부도 일본이 2002년 7월 대한해협을 통해 핵연료를 운송하려 하자 항의했고, 97년에는 대만이 핵폐기물을 북한에 운송하려 하자 이의를 제기했다.
1980년 3월에는 일본 언론이 한국이 1968~72년 원자력연구소에서 나온 저준위 폐기물 약 40톤을 울릉도 남방에 해양 투기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양국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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