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브랜드 바꾼 뒤 아베오·올란도 질주판매 전년비 30%↑ 단숨에 내수 3위로K5·쏘나타 겨냥해 하반기 비장 카드 준비
5일 오후 2011 서울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시장. 예년과 달리 현대ㆍ기아차 전시룸에 쏠리던 관람객의 관심이 한국지엠과 쌍용차, 르노삼성차 그리고 수입차 쪽으로 분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전날 저녁 대회조직위원회가 모터쇼의 얼굴인 베스트카(콘셉트카 부문)로 선정한 한국지엠의'미래(Miray)'앞에는 구름관중이 몰렸다. 조직위 관계자는 "전시장에 몰리는 관중의 수가 1~2년 뒤 해당 업체의 판매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속설이 있다"며 "독주를 거듭해 왔던 현대ㆍ기아차가 이를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해외시장이 아니라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철옹성 같았던 안방시장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이 신차를 줄줄이 내놓고 대규모 자본투입까지 준비하면서 그 동안 누려온 독주체제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일고 있다.
'타도 현대'를 이끄는 선두주자는 한국지엠. 이른바 '쉐보레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일 브랜드명에서 대우를 떼고, 쉐보레로 바꾼 뒤 단숨에 내수 3위에 올랐다. 지난달 1만2,265대를 팔아 전달인 2월보다 무려 60.7%, 전년동월 대비 30%나 판매가 증가했다.
신차 투입에 이은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이 덕분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 회사가 내놓은 신차들이 쉐보레 마크를 달고 현대ㆍ기아차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 소형차 아베오는 현대차의 엑센트,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는 기아차의 카렌스와 불꽃 대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란도는 편리성과 힘을 동시에 갖췄다는 호평 속에 지난달 1,526대가 팔려 기아차 카렌스(438대)를 크게 누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아직 속단하기에는 힘들지만 올란도는 장기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사는 5일에는 기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VU) 윈스톰의 차체 크기를 키우고 엔진과 변속기를 교체한 캡티바를 내놓는 등 출시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캡티바도 윈스톰을 사실상 새 차로 변신시켜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R과 대결하겠다는 전략 끝에 탄생했다.
쉐보레의 효과는 하반기에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새 브랜드 도입과 동시에 선언한 5년 혹은 10만㎞ 주요 부품 보증 정책(쉐비 케어ㆍ쉐비는 쉐보레의 애칭)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마치 현대차가 2002년 '무상수리 보증기간 10년'을 선언하며 미국시장을 공략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비장의 신차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2,000㏄급 중형차를 내놓고 쏘나타와 K5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것. 중형차 시장이 대표 차종으로 인식되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와 맞짱 대결을 펼치겠다는 심산이다.
이날 캡티바 신차 발표회에서 제이쿠니 한국지엠 부사장은 "기존 GM대우 마크를 달았던 차를 구입했던 구매자 중에서도 이미 1만5,000여명이나 본인부담으로 쉐보레 마크를 달았다"며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쉐비가 정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