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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기 없는 소설가 황정은, 라디오 DJ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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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기 없는 소설가 황정은, 라디오 DJ 됐다

입력
2011.04.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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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인터넷문학라디오 진행"자폐적 성격 버리고 청취자와 교류"

지난해 문단 내 큰 화제를 몰고 왔던 경장편소설 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황정은(35)씨가 인터넷문학라디오 DJ를 맡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낯선 타인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을 정도로 낯가림이 심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의 작가가 수다스런 DJ로 나서다 보니 문단 안팎의 화제다.

황씨가 DJ를 맡은 인터넷방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이버문학광장 문장(munjang.or.kr)이 운영하는 문장의소리 방송. 2005년부터 시작된 이 방송은 작가가 DJ를 맡아 음악을 전하면서 다른 작가를 초청해 문학 이야기를 나누거나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 주는 구성으로 매주 1회 1시간 분량으로 방송된다. 문장 사이트에 매주 월요일마다 방송 내용이 업데이트되며 이전 방송 내용도 모두 들을 수 있다. 그동안 김선우 한강 이기호 이문재 김애란 김중혁씨가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간 DJ를 맡았고, 황씨는 11일부터 시작해 올해 연말까지 마이크를 쥘 예정이다.

황씨의 DJ 입문 소식에 장은수 민음사 편집인은 "사람들을 잘 만나지도 않고 워낙 수줍어하는 성격이어서 깜짝 놀랐다"며 "무슨 결심이라도 한 모양이다"고 말했다. 장 편집인은 "등단 초기에는 거의 자폐적이라 할 만했는데 용산 참사를 계기로 작가선언에 참여하는 등의 여러 경험을 거치면서 성격이 조금씩 변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씨 스스로도 "사람들을 많이 안 만나는 편이라서 놀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며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는데 이렇게라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방송에 게스트로 두 번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라디오방송이 음성을 매개로 한 텍스트라는 점에서 문자 텍스트와는 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얘기를 잘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그는 "내가 말은 잘 못해도 듣는 거는 좀 자신 있다"며 "초대 손님의 이야기를 많이 끌어내 듣는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황씨를 DJ로 영입한 이는 이 방송 DJ였다가 새로 PD를 맡은 소설가 김중혁씨. 그는 "스태프들이 황씨를 가장 많이 추천했는데 그의 따뜻한 감성이 라디오에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방송에 출연했을 때도 의외로 말을 잘했고 목소리 톤도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첫 녹음이 진행됐는데 김씨는 "예상대로 말을 잘하고, 라디오와 잘 어울린다"고 만족해 했다.

2005년 등단한 황씨는 2008년 소설집 를 낸 데 이어 지난해 로 단숨에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간결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시적 문장에 정치ㆍ사회적 의미까지 녹여낸 는 시와 산문, 문학성과 정치성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문학적 사건으로까지 평가됐다. 그의 문장에 담긴 뛰어난 여백의 리듬감이 그의 목소리에도 실려 나올 지 기대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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