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계열사 4년만에 103곳 늘어… 일부 대기업, 中企 고유영역 진출도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해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계열사수도 크게 늘렸다. 한편으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다각화로 해석되지만, 다른 한편에선 무차별적인 '문어발 경영'본능이 되살아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소속 계열사의 숫자는 2007년 183개에서 올해 286개로 급증했다. 평균 71.5개다. 2007년 59개였던 삼성의 계열사는 지난해 67개, 올해 78개로 늘어났고, 현대차도 4년만에 계열사를 36개에서 63개로 늘렸다. SK가 86개, LG가 59개의 계열사를 각각 보유 중이다.
계열사 확대를 통한 몸집 불리기는 4대 그룹만의 얘기는 아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소속된 전체 기업의 숫자는 2007년 1,196개에서 올해 1,554개로 급증했다. 2009년 대기업의 기준이 자산 2조원에서 5조원 이상으로 강화됐음에도 그 숫자가 늘어난 것. 대기업 계열사 수는 선단식 경영 체제가 정점에 달했던 1997년 819개(당시는 30대 그룹 소속)까지 늘다가,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을 거치며 2000년 544개로 급감했지만, 불과 10년 만에 1,500개를 넘어섰다.
물론 신성장 동력으로 분류되는 신규사업에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계열사수가 늘어난 경우도 있다. 삼성의 IT관련분야 진출, 현대차의 현대건설인수, 한화의 태양광진출 등이 그런 경우. 하지만 일부 대기업은 미래성장과는 무관한, 오로지 돈벌이 차원에서 계열사나 영위사업을 늘리기도 한다. 피자나 치킨은 물론, 문방구 자전거 막걸리 학원 등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고유 영역에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게 현실. 또 어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전용 업종으로 여겨지던 금형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술 인력을 빼 가 중소업체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없어져 법인을 새로 만드는 데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며 "이 같은 비상장 계열사가 회사기회 유용(일감 몰아주기)을 통해 상속ㆍ증여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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