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체가 기름 값을 ℓ당 100원 내리면 소비자 물가는 얼마나 떨어질까. 통계청의 산정방식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면 '소비자물가 지수에 0.2% 가량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도 나오지만, 가격 인하에 호응하는 정유업체의 수와 통계청의 조사 시기 등을 감안하면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시각이 더 많다.
석유가격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5일 현재 휘발유 전국 평균가격은 ℓ당 1,971원, 경유는 1,801원이다. 따라서 각 유종의 가격을 ℓ당 100원 내리면 휘발유 5.07%, 경유는 5.55% 인하된다. 여기에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가중치ㆍ3.12%)과 경유의 비중(1.09%)을 감안해 계산하면 100원 인하로 전체 물가지수는 0.21% 내려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 당장 4월에 그만큼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먼저 조사방법. 통계청은 석유제품 가격조사를 매월 5일, 14일, 23일이 포함된 주중 하루를 택해 월 3회 시행하기 때문에 4월 조사에는 3회 가운데 2회만 인하된 가격이 반영된다. 또 4개 정유사 가운데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이날 현재도 검토만 할 뿐 가격인하를 결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0.2% 가량의 인하 효과는 4개 정유업체가 모두 가격을 내리고 통계청 물가조사에도 모두 반영되는 5월과 6월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역시 유가 인하의 효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양동희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추론은 가능하지만 유가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몇 %인하 효과를 낸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유사가 제시한 할인 방식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SK에너지는 카드 결제시 한 달 뒤 할인금액으로 청구하고, 현금으로 지불하면 OK캐쉬백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을 내놓았다. 그런데 통계청은 일반 상품의 포인트 적립에 대해서는 가격 할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양 과장은 "정유사가 발표하는 구체적인 가격할인 정책과 적용방법을 본 뒤 물가조사에 어떻게 반영할 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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