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큰 위기가 엄습해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4ㆍ27 재보선을 20여일 앞둔 5일 당 의원총회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그는 "정권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왔고, 국책사업으로 인한 우리끼리의 갈등 위기도 왔다"며 "물가 급등 등 민심을 이반시킬 수 있는 난제가 우리에게 몰려오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원희룡 사무총장도 이번 재보선을 "한나라당과 이명박정부의 운명이 걸린 선거"로 규정한 뒤 "도움 안 되는 것은 자제하고 공동운명체인 당을 위해 헤쳐나가자"고 호소했다.
당 지도부의 재보선 위기론은 선거 때면 등장하는 단순한 엄살은 아닌 걸로 보인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로 강원지사 선거와,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모두 완패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텃밭' 분당마저 야당에 내준다면 수도권 의원들의 충격파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선거판은 커졌는데도 당은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사를 앞두고 불거진 공천 과정 책임론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여진 등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전황 때문인지 안상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총에서 "화합과 단결" "합심단결"을 연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간곡히 부탁 드린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소속 의원들에게 '선거 관련 발언 자제령'도 내렸다. 그는 "과거 사례서 보듯 발언 한번 잘못해 선거 전체 구도가 무너질 수 있다"며 "4월27일까지는 정말 선거에 미칠 발언은 극도로 자제해 달라"고 읍소했다. 안 대표는 "지도부가 공천이나 선거를 잘못해 선거가 끝난 후 책임을 엄중히 물으면 달게 받겠다"고도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신공항발 당내 갈등 진화에 가세했다. 그는 "여러 가지 화가 나서 할 말이 있겠지만 이럴 때 참고 사태 수습에 나서는 게 성숙한 사회의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닌지 생각한다"며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독한 시련 속에 나락으로 떨어질지,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신뢰를 얻어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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