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 청와대가 금융기관 및 대부업체의 금리 상한선을 연 44%에서 39%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모든 금융기관 금리가 3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이자제한법 개정 논의가 불 붙자, 당초 예정돼 있던 ‘39% 카드’를 조기에 꺼내 들면서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는 여전히 모든 금융기관의 금리를 30%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을 밀어 붙인다는 입장. 과연 금리를 어디까지 억제해야 하는지, 논란은 더 가열될 전망이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ㆍ정ㆍ청 핵심관계자들은 전날 회동을 갖고 대부업체의 금리 상한선을 44%에서 39%로 5%포인트 낮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종구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서 이자율 상한선을 39%로 낮추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법이나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대부업 상한 금리를 39%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ㆍ정ㆍ청이 서둘러 대부업 금리 상한선을 내리기로 한 것은 대부업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 금리상한을 30%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기 때문. 자칫 상한금리가 30%까지 급격히 낮아질 경우 자금 음성화 등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는 만큼, 소폭 인하로 매듭을 짓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금융당국 한 인사는 “상한금리를 많이 낮출수록 좋긴 하겠지만 이 경우 상당수 대부업체들이 지하로 숨어들어가면서 암시장이 확대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서민 금리부담 완화와 자금시장 음성화 방지 등 두 가지를 아우를 수 있는 적절한 균형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상한선을 추가 인하하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서서히 진행해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39% 상한 금리가 터무니 없이 높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20% 안팎인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의 금리 상한에 비해서도 금리 상한선이 두 배에 육박한다는 것. 특히 이자제한법이 개인 간 거래에 대해 금리를 30%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대부업체 등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30% 이상 금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형평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헌욱 참여연대 서민희망사업단장(변호사)은 “대부업체들은 금리 상한선을 30%로 낮추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아우성치지만 과거 66%에서 49%로, 또 49%에서 44%로 낮출 때도 똑 같은 주장을 했다”며 “정말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면 외국계 대금업체들이 국내로 몰려들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개인간 거래뿐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 거래에 대해서도 금리 상한을 30%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을 추진해 온 당 서민특위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 서민특위 위원장인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사채이자가 30%인데 대부업계 이자를 이 보다 높게 허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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