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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폴란드 현대음악 전문 플루트 주자 레나타 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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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폴란드 현대음악 전문 플루트 주자 레나타 구직

입력
2011.04.0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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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타 구직(44). 폴란드의 현대음악 전문 4중주단인 아라앙상블 리더이자 플루트 주자. 마음씨 좋은 동구권 아주머니 인상이지만 그러나 일단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칼보다 날카로운 연주를 들려준다.

강석희음악연구소가 주최한 현대음악제 ‘2011 아츠 페스티벌디멘션’의 마지막 날인 3월 30일 일신홀은 아라앙상블이 쌓아 올리는 음 조형물로 가득했다. 186석의 홀이 이렇게 좁아 보인 적인 없었을 것이다.

서로 잡아먹을 듯 격렬히 싸우다 전혀 무관심한 듯 제갈 길 가던 네 주자들은 피아노가 여러 건반들을 한꺼번에 내리찍듯 격렬하게 내는 소리(tone cluster)에 연주를 멈췄다. 그것은 선 불교의 할(嗐)이었을까. 계명대 음악원 김창제, 예술원 회원 나인용씨등 한국 원로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할 때 그들의 연주에는 명상적 선율이 스치기도 했다.

“대금에 관심 많아 정간보 보는 법까지 배웠죠. 플루트 부는 데 도움 될 것 같아서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구직은 한국의 창도, 장구도 배웠다.

폴란드의 문화 도시 쿠라코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는 한국이 친숙하다. “쿠라코프에는 한국이 유학생들이 만든 Korean Day가 있죠. 영어로 한국의 10대 음악도 가르친 적도 있어요.” 강석희씨의 추천으로 15년 전에는 대구에서 강의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복합 문화적(multi_culural)”이라 했다. “윤이상의 '플루트 에튀드', 강석희씨의 '농' 등 플루트 솔로나 피아노와의 듀엣으로 연주했죠. '농'은 박사 과정 입학 시험의 주제였어요.” 그는 작곡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폴란드 민속 음악을 모티브로 한 현대음악도 연주한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피아노가 고가의 스타인웨이여서 아쉬었다. “내부를 즉석 개조해 연주하자면 일단 파아노가 싼 거여야 하거든요.” 구직에게는 문명 비판적 태도도 보인다. “TV처럼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도구는 내 방에 없어요. 내 감각을 침략하고 마비시키니. 동양 무술이 취미에요.”

그는 자신을 '음악 인류학자'라고도 했다. 오로지 미국 편식의 한국 음악 풍토에 대한 비판의 근거이기도 하다. “한국 음악가들은 한국의 음악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해야죠. 정간보라는 훌륭한 표기법을 아는 한국 학생들이 얼마나 되죠?” 서예 등 한국의 문화에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은 그의 논리적 귀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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