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최측근 인사들의 중용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건재함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함과 동시에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완급을 조절해 자칫 생길 수 있는 권력의 누수를 막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 후계자인 김정은의 국방위원회 진출이 이뤄지지 않는 등 큰 변화 없이 제한된 수준의 인사만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 인사에서 우리의 경찰청장 격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장에 임명된 리명수(74) 국방위원회 행정국장의 경우 김정일 체제가 출범한 1996년부터 김 위원장의 각급 군부대 방문을 비롯한 공개활동을 수행해온 김 위원장 최측근 인사들 중 한 명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4월에는 방북한 임동원 대통령 특사가 경의선과 동해선의 조속한 연결을 설득하자 김 위원장이 리 부장을 직접 불러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김 위원장의 방중에도 수행했다.
전임 부장인 주상성 부장 역시 김 위원장을 자주 수행했지만 리 부장만큼 최측근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리 부장의 임명은 안정적인 후계체제 구축에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주민 통제 공안 기구인 인민보안부 장악을 겨냥한 김 위원장의 판단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 최측근을 인민보안부장에 앉힘으로써 좀 더 후계체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며 "최측근 기용을 통해 주민통제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 오랜 기간 북한 군수산업을 전담해온 전병호(85) 국방위원 대신 후임 위원에 선임된 박도춘(67) 당 비서도 김 위원장 최측근 그룹의 일원이다. 지난해 9월 당 대표자회에서 당 비서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기용된 박 위원은 대부분의 경력을 자강도에서 쌓았다. 자강도는 군수 및 연관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 곳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박 위원이 새로운 북한 군수 산업 책임자로 중용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예상됐던 김정은의 국방위 진출이 미뤄진 것은 북한의 내부 사정과 김 위원장의 속도 조절 의중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현재 전 세계에 식량을 구걸하러 다니는 등 내부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제1부위원장 등 추가 보직을 부여할 적기가 아니라고 평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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