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의 참모가 "항명하면 군복을 벗기겠다"고 말해 국방개혁 307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307계획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투박한 발언으로 해석돼 눈총을 샀다. 하지만 국방개혁이 지난한 과제임을 보여주는 언급이기도 하다.
이번 논란은 공개된 지 1개월이 다 된 국방개혁안 논의가 올바른 궤도를 달리는지를 점검하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먼저 307계획의 개선을 기대하는 예비역 장성들의 지적들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군령권만을 지닌 합동참모본부에 인사와 군수 등 일부 군정권을 부여함으로써 합동군사령부 기능을 더해주는 307계획의 군 상부 지휘구조 개혁에 대한 걱정이 대표적이다.
상당수 예비역 장성들은 307계획이 실행되면 지금도 찬밥 신세인 해∙공군의 입지가 더 축소되고 육군의 기득권이 보장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육군에 치우친 합참, 국방부 등 군 지휘부의 전문성 부족에 따른 서툰 북한 도발 대응이 개혁의 시발점인데 이에 대한 처방은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혁 대상인 국방부가 개혁안을 입안한 데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전문가들이 1년 6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개혁안에는 특정 군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당장은 해∙공군이 합참에 적게 참여하지만 장기적으로 해∙공군이 육군과 대등해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예비역 장성들이 "합참에 육해공군을 균형적으로 배치하는 인사만으로도 합동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등의 의견까지 밝혔다. 사실상 307계획의 핵심인 상부지휘구조를 개편을 하지 말자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부 예비역 사이에는 "국방개혁은 군이 하는 일이기에 군을 잘 아는 군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은연 중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예비역 장성들과 현역 군인들은 전문가로서, 담당자로서 의견을 낼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군만이 국방개혁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도 있다. 군은 국방개혁 주체들 중 하나다. 이는 의료개혁을 의사, 약사, 한의사에게만 맡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의료 서비스를 받는 수혜자가 국민이듯 국방 서비스를 받는 것도 국민 전체다. 국민, 군 통수권자, 정부도 국방개혁의 주체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전직 총리나 전직 대통령이 국방개혁위원장을 맡아 범정부 차원으로 추진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번 국방개혁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잇따라 당한 뒤 싸울 준비에 게을리 하고 승진과 보직 관리에 몰두하는 군의 관료주의를 바꿔달라는 국민의 요구에서 시작됐다. 군이 불편해지는 개혁을 군에게 맡기는 나라도 별로 없다. 지상군 감축에 반하는 육군 수뇌부를 물갈이했던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의 군 개혁은 최근의 사례다. 따라서 군도, 국방부도 국방개혁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청와대와 국방부는 해∙공군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내고, 307계획이 합당한지를 공론화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 계획이 완벽하다는 생각을 버리는 열린 자세여야 강한 추진력을 얻을 것이다. 아울러 국민과 군 통수권자는 국방개혁에 대한 군의 의견들 중 무엇이 건설적인 충고이고, 무엇이 응석인지를 현명하게 가려야 한다. 이런 작업이야말로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이영섭 정치부 차장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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