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를 높이 평가한다는 말을 하니 쑥스럽더군요. 칭찬 받자는 게 아닌데 말이죠." 4일 SK에너지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전날 SK에너지는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값을 ℓ 당 100원씩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일요일 오후 3시에 나온 '깜짝' 발표였다.
그런데 정작 놀란 것은 SK에너지였다. 정부의 '환영' 논평 때문이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SK에너지의 기름 값 인하 방침이 나오자 마자 보도자료를 통해 "고유가로 인한 국민의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SK에너지의 가격 인하를 높이 평가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제품 값을 내리겠다는 데 정부가 나서서 '잘했다'고 칭찬하는 모습이 어딘지 어색해 보였다. 더구나 그 동안 정유사를 전방위로 압박했던 정부이기에 "굴복해줘서 고맙다"는 뜻 같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 값이 묘하다"는 발언 직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석유 제품 가격 결정 구조를 재검토 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임을 자부하는 지경부 장관은 "기름 원가 계산을 해보겠다"면서 숟가락을 얹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성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자 비난의 화살이 정부로 돌아갔다. "정부가 석유 제품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내리지 않고는 정유사만 닥달한다"는 것이다. 정작 고유가의 해결은 정부가 할 수 있는데도 정유사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기름 값 인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으나 되는 일이 없어 난감했던 정부로서는 SK에너지가 기름 값을 내리겠다고 하니 진심으로 고마웠을 것이다. 하지만 군부독재시절도 아니고 언제까지 정부가 업체 손목비틀기로 정교한 정책을 갈음하려는지 걱정스럽다.
박상준 산업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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