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까지 한국 최고의 세터 최태웅(현대캐피탈)을 앞세워 V리그 3연패에 성공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올 시즌 대변혁의 시기에 봉착했다. 터줏대감 최태웅을 보낸 삼성화재는 유광우(26)를 주전세터로 기용하며 시즌을 꾸려갔다. 유광우를 대신할 백업세터도 변변치 않아 행여나 발생할지 모를 유광우의 부상에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가진 유광우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이어갔다.
‘코트의 지휘자’ 유광우는 4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2010~11 V리그 프로배구남자부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2차전에서 안정적인 토스워크와 재치 있는 2단 공격 등으로 팀의 3-2(25-22 19-25 25-21 23-25 15-12) 승리를 지휘했다. 공격으로 무려 4점(총 5점)을 올린 유광우는 재치 있는 플레이로 상대의 힘을 빼내는 등 2연승에 앞장섰다. 삼성화재는 세터 유광우와 가빈 슈미트(50점)의 활약으로 원정 2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V리그 4연패 달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역대로 챔피언결정전 1ㆍ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의 우승 확률은 100%(2006~07, 2007~08)였다.
유광우의 토스워크는 1세트부터 빛났다. 유광우는 가빈에게 정확한 토스를 배달하며 기선 제압에 기여했다. 정교한 토스를 받은 가빈은 1세트에만 12점을 쏟아 부으며 폭발적인 화력을 뿜어냈다. 특히 유광우는 23-21로 앞선 상황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절묘하게 걷어 올리는 디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 14-14에서 유광우의 임기웅변이 삼성화재 쪽으로 흐름을 가져왔다. 유광우는 서브 리시브가 길자 상대의 빈 공간을 보고 정확하게 밀어 넣었다. 이후 상대의 공격범실까지 나와 삼성화재는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4세트에서도 공격 득점을 기록한 유광우는 5세트 들어 가빈에게 더욱 정교한 토스를 배달하며 삼성화재 승리에 기여했다. 유광우는 고비 때마다 가빈에게 높은 토스를 올렸고 이는 차곡차곡 득점으로 연결됐다. 특히 유광우는 11-9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세터 배호철의 2단 패스페인트를 받다가 왼쪽 손목이 꺾였다. 하지만 주저 없이 일어난 유광우는 혼신의 힘을 다해 계속해서 토스를 올리는 투혼도 보였다. 유광우는 13-12로 쫓기는 상황에서 곽승석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숨막히는 접전을 마감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반면 대한항공은 3세트 말미에 세터 한선수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발목을 삐끗하는 부상을 당하는 등 불운이 겹치며 2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양팀의 3차전은 7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다.
한편 앞서 열린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는 흥국생명이 풀세트 접전 끝에 현대건설을 3-2(28-30 26-24 21-25 25-23 15-10)로 물리쳤다. 흥국생명 용병 미아는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26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2승2패로 시리즈 전적 균형을 맞춘 흥국생명은 6일 인천 홈에서 5차전을 치른다.
인천=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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