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여를 끌어 온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내전이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사태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가 로랑 그바그보 현 대통령에 승리했지만 그바그보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양 측간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 국토의 90%를 장악한 와타라 측 반군은 경제수도 아비장을 에워싼 채 나흘 째 최후의 공세를 펴고 있다. 반군은 1일 한때 국영 RTI방송국을 점거하며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인간 방패'를 동원한 정부군의 거센 저항에 밀려 반나절 만에 후퇴했다. 한 서방 외교관은 "당초 3일 계획했던 대통령궁에 대한 진격 작전도 민간인 피해를 감안,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바그보 측은 대통령궁과 그바그보 거주지 주변에 삼중, 사중으로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친위부대 3,000명과 친정부 성향의 젊은이들로 인간 띠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다.
대치 상황이 길어지자 이번에도 프랑스가 처음 군사개입을 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최근 리비아 내전, 일본 원전 사고 등 대형 국제 현안에서 빠지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AFP통신은 프랑스 정부가 3일 아비장에 주둔 중인 리콘 부대를 300명 증원하고 아비장 공항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제라르 롱게 프랑스 국방장관은 "외국인 1,500명이 이미 프랑스군 기지로 피신했으며, 코트디부아르에 거주하는 1만2,000명의 프랑스 국민 전부를 대피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와타라 측도 프랑스의 개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와타라 진영 프랑스 주재 대사인 알리 쿨리발리는 "프랑스와 유엔 평화유지군이 좀 더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바그보 측 코트디부아르 국영TV는 "1994년 80만명의 희생자를 낸 르완다식 인종 청소가 자행되기 직전"이라며 프랑스의 군사작전을 맹비난했다.
아비장의 교전이 치열해지면서 코트디부아르를 등지는 탈출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프랑스군은 3일 특별 수송기로 약 170명의 외국인을 세네갈 수도 다카르 등으로 실어 날랐으며, 코트디부아르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라이베리아로 탈출한 난민도 10만명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달 30일 서부 두에쿠에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극에는 친ㆍ반정부군이 모두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트디부아르 유엔 평화유지사령부(ONUCI)는 "330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자 가운데 100여명은 그바그보 정부군에 의해, 200여명은 반군에 가담한 '도조스'라 불리는 전통 사냥꾼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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