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한준호 준위. 진해 해양공원에 세워진 당신의 동상 앞에서 나는 거수경례도, 묵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동상은 내가 아는 당신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당신의 어두운 그림자였습니다. 해군은 평생을 조국의 바다를 위해 복무하고 생명까지 바친 당신에게 여전히 총을 들게 했습니다. 진해바다를 사랑한 당신에게 그 바다를 향해,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누게 하였습니다. 그건 내가 기리는 당신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죽어서는 총을 들길 원하지 않습니다. 행복한 가장의 웃음, 편안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추억되길 바랍니다. 당신의 죽음은 천안함 사고로 빚어진 비극이었지만 당신은 자신의 자리와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한 명예로운 군인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국민은 당신을 ‘UDT의 전설’이라고 부르지만, 전설이기에 당신의 얼굴은 너무 창백하고 차갑습니다. 고 한준호 준위. 다른 모습도 많을 것인데 당신에게 총을 들게 한 것은 어쩌면 해군이 자신들의 영웅심을 대변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고 한준호 준위. 나는 당신의 사후가 평화롭길 바랍니다. 당신이 살았던 해군아파트 일대를 거닐며 당신의 향기를 추모했고 당신을 키워낸 진해바다를 향해 ‘필승’이라는 거수경례를 보내고 돌아왔습니다만, 다시 벚꽃이 피어도 나는 그 슬프고 아픈 동상을 찾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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