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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허리 휘는 '잔인한 4월'/ 생선 이어 과자·빵… 서비스 요금까지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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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허리 휘는 '잔인한 4월'/ 생선 이어 과자·빵… 서비스 요금까지 들썩

입력
2011.04.0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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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홈플러스 서울 동대문점. 생선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그냥 돌아섰던 주부 최선애(46)씨는 가공식품 코너에서도 장바구니를 쉽게 채우지 못했다. 최씨는 "먹거리 준비에 돈은 이전보다 더 드는데 밥상은 갈수록 부실해진다"면서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 후폭풍으로 인한 신선식품 폭등세가 점차 과자·빵 등 가공식품 전반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 여파 등으로 인해 서비스요금까지 들썩이면서 서민들에게 4월은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물가인상의 주범은 육류와 생선, 채소 등 신선식품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돼지고기와 고등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이상 올랐다. 무와 대파 등 채소류도 25%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과자와 라면 등 가공식품은 각각 1% 하락하는 등 거의 제자리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젠 양상이 달라졌다. 5일 해태제과가 주요 과자제품 가격을 8% 인상하고, 동아원도 밀가루 공급가격을 8.6% 인상하는 등 가공식품 및 원재료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신선식품 가격이 무섭게 오르는 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가공식품으로 물가상승 요인이 바뀌고 있는 것. 신선식품 가격이 예년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은 상황에 가공식품 가격마저 상승하면서 서민들은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문제는 가공식품의 가격인상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지난해 말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각각 9~10% 가격을 인상한 제당업계는 "국제 원자재가 상승분을 반영하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며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일부 업체만 가격을 인상한 제분업계도 조만간 모든 업체들이 가격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가공식품 원재료인 설탕과 밀가루 가격이 들썩이면서 후폭풍은 그대로 과자와 음료, 라면, 빙과류 등 가공식품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몇몇 업체만 가격을 인상한 제과·음료업계의 다른 업체들도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라면과 빙과류 등도 이르면 내주부터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맥도날드가 최근 점심메뉴를 최대 300원 인상하는 등 외식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변수가 없다면 이달 안에 상당수 가공식품 가격이 품목별로 모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 중에는 두 자릿수 인상 품목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먹거리 뿐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체감도가 높은 서비스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기름을 때는' 찜질방과 숙박업소 등 고유가의 영향을 직접 받는 업종은 물론 이·미용실과 세탁소 등 일반업종까지도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목욕업협회 관계자는 "회원들의 요금인상 문의가 빗발쳐 협회 차원에서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미 자체적으로 가격을 500~1,000원 올린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수도 요금과 버스, 지하철 요금 등 공공서비스요금도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에 따라 인상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이미 전남과 강원도는 상·하수도 요금을 인상했고, 서울도 하반기에 17%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신선식품 가격이 한창 상승할 때 가공식품이 동반상승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온 정책도 한계에 다다른데다, 서비스 요금이 정부의 일괄적인 관리가 어려운 항목이란 점도 부담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그 동안 참고 참았던 업계의 하소연을 정부가 어느 정도 용인했기 때문"이라며 "어쨌든 물꼬가 터진 만큼 가격인상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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